집권당과 내각서 봇물 터진 '증세', 靑 "검토하겠다"

'증세 없는 국정계획' 비판에 법인세‧소득세 개편 검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서 20일 증세 불가피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 5년의 '나침반'이라고 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재원조달 방안이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행에는 약 178조 원의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포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5개년 100대 과제의 재원 조달 방안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김 장관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소득세율 최고 구간을 조절하겠다고 했고 법인세율도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닌가"라며 "표를 걱정한다고 증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복지는 확대해야 하는 상태로 언제까지나 갈 수는 없다"고도 했다.

이날 회의에선 김 장관 외에도 4명이 증세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2명은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증세 시기에서 신중한 검토를 당부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회의에 참석한 10명의 장관급 가운데 절반 이상이 재정당국이 내놓은 재원조달 방안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며 증세 공론화에 나선 셈이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법인세와 소득세 문제는 굉장히 민감한 문제"라고 난색을 표하며 "재정당국이 여러 가지 검토하고 있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얘기해보자"고 공을 넘겼다.

하지만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증세론이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법인세와 소득세 과세구간 신설 등 구체적 증세 방안까지 제시하며 본격적인 증세 추진을 압박했다.

추 대표는 "법인세 과표를 새로 만들어 소득이 2000억 원을 초과하는 초대기업에 법인세율 25%를 적용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인 5억 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 올려야 한다"고 했다.

추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일부 국무위원들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여당 대표와 내각의 각료들이 증세 불가피성을 주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당과 정부가 인기 없는 증세론의 총대를 맸다는 해석도 있다.

이 같은 요구에 문 대통령은 직접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영찬 수석은 민주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옴에 따라 당정청이 관련 내용을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였던 증세가 공론화 단계를 거쳐 새 정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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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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