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력" vs "쌍중단"…미-중 안보리 정면충돌

북한 ICBM 발사 이후 첨예해진 강대국 갈등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이후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와 대화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미국은 군사적인 선택지를 다시 꺼내 들었고 중국은 군사력 사용은 선택사항이 될 수 없다고 맞섰다.

5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이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군사력을 언급하며 북한을 압박한 헤일리 대사는 중국과 무역을 단절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미국은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북한과 무역을 하고 있는 국가들과 교역을 단절할 준비가 돼 있다"며 "중국의 대북 교역이 유엔 제재를 위반할 경우 미국을 상대로 한 중국의 무역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군사력 사용과 통상 보복이라는 카드를 내놓자 중국도 군사력 사용은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며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대북 군사수단은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가 동북아 역내 안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사드 배치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류 대사는 중국이 북핵 해법으로 제안했던 '쌍중단'(雙中斷·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연합 군사 훈련 중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사프론코프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대사도 이러한 방식의 해결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사프론코프 대사는 "제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면서 제재가 아닌 대화로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새로운 대북 제재를 제안하겠다던 헤일리 대사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같은) 행동에도 즐겁다거나 북한과 친구가 되길 원한다면 새로운 제재 결의를 비토(Veto·거부권)하면 된다"면서 안보리에서 거부권이 있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겠다"라고 밝혀 미국 독자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안보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두고 예상대로 강하게 부딪히면서 안보리가 새로운 대북 제재를 만들어내는 데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이미 지난달 중국 단둥은행을 제재했고 헤일리 대사도 독자 제재 의사를 내비친 만큼, 안보리 제재보다는 독자적인 조치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역시 4일 북한의 ICBM 시험 발사가 공식 발표된 이후 성명을 통해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주거나,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위험한 정권을 돕거나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를 비롯, 원유 공급 금지 등 보다 강력한 제재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북한에 이같은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중국에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협조하고 북한에 대한 보다 강한 압박을 촉구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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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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