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북한 미사일 ICBM" 공식화…제재 초읽기

군사 훈련 조치 꺼내든 한미…대화와 협의 강조한 중-러

북한이 지난 4일 진행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통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획득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역시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며 북한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5일 이번 ICBM 발사와 관련 "이번 시험발사는 우리가 새로 개발한 탄소 복합재료로 만든 대륙간 탄도 로켓 전투부 첨두(탄두부)의 열 견딤 특성과 구조 안정성을 비롯한 재돌입(재진입) 전투부의 모든 기술적 특성들을 최종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재돌입 시 전투부에 작용하는 수천도 고온과 가혹한 과부하 및 진동 조건에서도 전투부 첨두 내부 온도는 25∼45도의 범위에서 안정하게 유지되고 핵탄두 폭발 조종 장치는 정상 동작하였으며, 전투부는 그 어떤 구조적 파괴도 없이 비행하여 목표 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면서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북한은 그동안 ICBM으로 활용할 수 있는 로켓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ICBM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보여왔다.

통신에 따르면 시험 발사를 참관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 로켓 '화성-14'형 시험발사까지 단번에 통쾌하게 성공함으로써 우리 당의 절대적인 권위를 결사옹위했다"고 만족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특히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 로켓을 협상탁에(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 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도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ICBM이라고 확정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4일(현지 시각)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새로운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은 더 강력한 조치를 통해 북한 ICBM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북한 노동자를 초청하거나 북한 정권에 경제적‧군사적 이익을 주거나, 유엔의 대북 제재를 이행하지 못하는 나라들은 위험한 정권을 돕거나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를 포함한 추가적인 제재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양국은 5일 북한 ICBM에 대한 첫 군사적 조치로 동해상에서 탄도미사일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 미사일 부대는 오늘 오전 7시 북한의 거듭되는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여 동해안에서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사격에는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ATACMS(에이태킴스) 지대지미사일을 동시 사격하여 초탄 명중시킴으로써 유사시 적 지도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하였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번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은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성공 주장 발표 직후에 이어져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 동맹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한미 미사일 연합 무력 시위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이행됐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북한의 엄중한 도발에 우리가 성명으로만 대응할 상황이 아니며 우리의 확고한 미사일 연합대응태세를 북한에게 확실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이 미사일 발사라는 군사적 대응책을 꺼내든 것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북핵으로 조성된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의가 유일하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4일(현지 시각)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핵문제를 포함한 한반도의 점증하는 문제를 우려한다"면서 "모든 관련국은 최대한의 냉정과 인내를 유지하고 긴장해소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국 정상은 "대화와 협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효율적 방안"이라고 강조하면서 "양국은 다른 관련국들이 대화와 협상재개를 위한 러-중의 노력에 반응해 한반도 문제의 실질적 해결에 건설적 역할을 해주길 호소한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북한에도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의 관련 결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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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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