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 김상곤 임명 반발 국회 보이콧…추경 다시 '스톱'

인사청문 여파…위기 몰린 국민의당만 '대안 추경' 발표 등 與에 협조

4일부터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심의가 시작될 듯했던 국회 상황이 또 멈춰섰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성향 야당들이 정부·여당과 국민의당의 김상곤 교육부총리 청문보고서 채택에 강력 반발하면서다.

제1야당이자 원내 2당(107석)인 한국당과 원내 4당(20석)인 바른정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일제히 김 부총리 임명을 성토하며 여당에 날을 세웠다. 한국당은 원래부터 추경 심사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였고, 바른정당도 이날부터 북한 미사일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할 국방위·정보위 등을 제외하고는 전 상임위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상곤 임명되면 국회 멈춘다, 바른정당과 약속"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정 원내대표는 "조금 전 (문 대통령이) 김상곤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다"며 "자괴감을 느낀다. 얼마 전에 4당 여야 원내대표가 '그래도 추경을 제외한 나머지는 국회 정상화를 시도한다'는 합의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인사에 대해 국회를 무시하고 여야 협치 정신을 앞장서서 파괴했다"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는 김상곤 교육부총리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한 국민의당을 향해서도 "야당다운 모습을 갖춰나갈 것인지, '여당 2중대' 할 것인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국민의당이 우리와 같이 야당으로서 해나갈지 회의적 시각을 갖는다. 제가 벌써 한두 번 속은 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정 원내대표는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는 오늘 아침까지 통화해서 '만약 김상곤 부총리가 임명된다면 바른정당도 모든 국회 일정을 진행시키지 않겠다'고 저하고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무기한 보이콧 선언

실제로 바른정당도 이날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반발, 추경과 정부조직법 등 현안이 산적한 국회 일정을 사실상 '무기한 보이콧'하기로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김상곤 후보자를 임명하면 원래 추경이나 정부조직법 논의에 일절 참여하지 않기로 했지만, 위중한 시기를 맞아 국방위원회, 정보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소집하고 그 이외의 상임위위원회는 일절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내렸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은 보이콧을 푸는 조건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와 △김상곤·조대엽·송영무 등 3인에 대한 임명 철회,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주 원내대표는 "세 사람 다 부적격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세 사람 다 임명을 철회하지 않는 이상) '딜'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미 임명된 김상곤 부총리의 경우, 청와대가 임명 철회를 하기는 어려우므로 사실상 무기한 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셈이다.

국민의당, '대안 추경' 발표


이처럼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야권에서는 국민의당만 비교적 협조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증언 조작' 사태로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전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황주홍 예결위 간사 등이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안 추경안'을 발표했다. 국민의당은 공무원 증원을 추경 예산으로 하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며, LED 조명 교체 예산 등도 삭감해 총 1.5조 원 규모를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신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공약이었던 '중소기업 취업 청년 임금 지원' 사업 예산 등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 없는 사업 5000억 원을 추가 편성하자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주장은 내용 면에서는 정부·여당에 다소 비판적이지만, 큰 틀에서 추경안 논의에는 참여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황주홍 의원은 "민주당도 '들어와서 얘기하자'는 입장이다. 그래서 들어가서 얘기하려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전날 김상곤 부총리 청문보고서 채택에는 협조했으나 조대엽·송영무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 채택을 위한 상임위 회의에는 불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전날 인사청문회 사안과 추경·정부조직법 사안을 연계하지 않고 '분리 대응' 한다는 기조여서, 설사 문 대통령이 김 부총리에 이어 이들 장관을 추가로 강행 임명한다 해도 국민의당이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의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국민의당도 민주당에 못 이긴 척 협조하는 정도를 넘어, 적극적으로 한국당이나 바른정당 설득에 나서지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한국당을 설득하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여당이 할 일"(이용호 의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회, 어떻게 풀릴까

이런 가운데 한국당 홍준표 신임 대표의 언급이 '출구'가 될지 주목을 끌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추미애 민주당 대표,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부적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면 됐다. 그런 사람을 임명 강행하면 그것은 정부 책임"이라며 "거기에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묵인'에 가까운 입장을 선보였다.

또 추경 및 정부조직법 심의에 대해서도 "공무원 증원은 절대 불가이지만, 그런 것 외에는 추경 요건에 맞으면 해 주는 게 맞다", "자신들이 정부조직을 한 번 해 보라고 하고 그(에 대한) 판단은 국민 몫이다. 야당이 그것을 막는다는 것은 별로 명분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다만 한국당 내부에서 홍 대표 등 신임 당 지도부와 정우택 원내대표 간의 알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홍 대표의 의견이 원내 운영에 적극 반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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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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