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판결 난 'NLL 대화록' 또 꺼내든 자유한국당

조명균 "대북 특사 필요하면 긍정적 검토"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회의록 문제를 꺼내들었다. 이미 공개된 대화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방한계선(NLL)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았음이 확인됐고 조 후보자가 회의록 초본 삭제와 관련해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철 지난 '색깔 공세'를 벌인 셈이다.

29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조명균 후보자 청문회에서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 후보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고 해도 (노무현-김정을 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이 사라지게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조 후보자는 당시 양측 정상의 회담이 내용이 담긴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삭제한 것이 오히려 맞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는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비서관 직책으로 배석한 바 있다. 그해 10월 6일 그는 본인의 메모와 녹음파일을 통해 회의록 초본을 작성한 뒤 백종천 당시 안보실장의 결재를 거쳐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회의록의 수정 및 보안을 지시했고, 조 후보자는 회의록을 완성한 뒤에 초본을 첨부했던 문서관리카드를 삭제했다.

검찰은 이를 두고 지난 2013년 11월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기 위해 백 전 실장과 조 후보자 등에게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이라며 백 전 실장과 조 후보자를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2015년 2월 판결에서 당시 회의록 초본에 노 전 대통령의 결재가 없었다면서 초본과 문서관리카드를 대통령기록물 생산으로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회의록 초본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니라고 해도 문서가 공용전자기록에 해당되기 때문에 백 전 실장과 조 후보자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에 성립된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당시 재판부는 회의록 초본 자체가 정식 문서 등으로 쓰일 여지가 없고, 문서의 성격상 '비밀'로 관리될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폐기가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또 회의록이 첨부돼있는 문서관리카드 역시 같은 이유에서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설명이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에서 "이 사건 회의록 파일처럼 녹음자료를 기초로 해서 대화 내용을 녹취한 자료의 경우 최종적인 완성본 이전 단계의 초본들은 독립해 사용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완성된 파일과 혼동될 우려도 있어 속성상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지난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에 의해 회의록이 공개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고 발언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그럼에도 유 의원은 당시 회의록 초본을 삭제할 때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빼고 다시 대통령의 결재를 받으려 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조 후보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어느 부분을 (조 후보자가) 삭제한 것이냐, 노무현 대통령의 그런(NLL 포기) 발언이 그 안에(삭제된 초본에) 있냐"고 계속 추궁했고 조 후보자는 "없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유 의원은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냐"고 물었고 조 후보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역시 조 후보자가 초본을 삭제한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유 의원과 유사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조 후보자는 "당시 2007년 정상회담 이후 회담이 많이 이어졌고 여러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이관 과정을) 충분히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정양석 바른정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민들에 사죄할 생각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생겼던 일들에 국민들께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다만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저희는 대화록을 은폐하거나 폐기할 생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 질문에 답하고 있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프레시안(최형락)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해야 하지만…


조명균 후보자는 병역문제‧논문‧재산 등 도덕성 문제에서 결함이 없다며 '3무(無)' 후보자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책적인 부문의 질의가 주를 이뤘다.

우선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한 입장 및 선결과제를 말해달라는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조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재개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도 "북핵 문제와 관련된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으로 가는 것이 선결과제가 돼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 포기해야 개성공단도 재가동하고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의 지적에 조 후보자는 "북한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확실해 보일 때 재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할 수 있지만, 핵을 완전히 포기해야만 재개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면서 북한의 비핵화 전에라도 개성공단 재가동이 가능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조 후보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포기하는 쪽으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노력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문제와 관련, 조 후보자는 "꽉 막혀있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데 필요하다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남북 대화와 관련, 조 후보자는 "남북대화를 재개한다는 측면에서 북한과 미국이 접촉할 때와 유사한 방식의 트랙2(민간 차원 접촉)라든가 1.5트랙(민간-당국 차원 접촉) 방식의 대화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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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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