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7.3 전당대회에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는 25일 "언론 상황을 보라. MBC, KBS만 남았다"면서 "당권을 쥐게 되면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하는 언론은 절독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이날 열린 부산·울산·경남 지역 합동 연설회에서 "방송은 시청 거부 운동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나라의 절반에 해당하는 (문재인 정부) 반대 세력들이 움직이면 언론도 어떤 꼴을 당하는지 우리 한 번 보여주자"며 "지금은 1인 미디어 시대다. 한 사람이 언론 기관을 할 수 있는 시대"라고도 했다.
홍 전 지사는 또 "정규재 TV, 조갑제 TV처럼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1인 방송을 스마트폰으로 구입해서 보자. 보고 이념을 다지자"며 "앞으로 이런 1인 미디어가 수없이 나올 것이다"라고도 했다.
홍 전 지사는 'MBC·KBS만 남았다'는 주장과 동시에 "지금 이를 장악하기 위해 (정부가) 온갖 궁리를 다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을 거치며 '정권 나팔수'로 전락했다고 비판을 받는 MBC를 상대로 야권과 시민사회에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문진(MBC 대주주) 이사장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 등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 전 지사의 측근인 강효상 의원은 당내에 '방송 장악 저지 투쟁위원회'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 강 의원은 <조선일보> 출신으로 지난 4.13 공천 당시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
홍 전 지사는 보수적 성향의 신문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를 가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소송전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18일 홍석현 전 회장을 겨냥해 "신문과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를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 겨우 얻었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후 홍 전 지사를 상대로 중앙일보‧JTBC, 홍 전 회장이 허위 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으며, 홍 전 지사는 지난 23일 "송사에 송사로 대응한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이 글에서도 "재벌 언론의 황제 같은 사주를 비판했더니 시대를 거슬러 가면서 송사로 재갈을 물리려고 어이없는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문재인 정부의 권언유착과 기울어진 언론 시장을 국민 운동으로 바로 잡는 계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썼다.
홍준표 "청와대는 주사파로 구성"…보수 언론과 주사파의 결탁?
홍 전 지사는 이날 합동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진은 전대협 주사파로 구성돼 있다"며 색깔론을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전대협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약자로, 1987년 민주화 운동이 고조되며 결성되었다.
홍 전 지사는 이렇게 30년 전의 전대협을 거론한 후 "나라의 정책이 주사파 운동권 방향으로 흘러갈 때 나라가 위험하게 처하게 된다"면서 "대표적 예로 가뭄이 심한데 시민단체의 말만 듣고 대책 없이 4대강 보를 열었고, 세계 3위 원전기술을 가졌음에도 시민단체 주장대로 원전 중단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홍 전 지사의 이날 토론회 발언을 종합하면, 그는 이른바 조·중·동과 이명박 정부 시절 사업권을 따낸 종합편성채널 등 흔히 보수 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까지도 주사파(김일성의 주체 사상을 지지했던, 또는 남북 평화 통일과 미국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이 한국사회의 최우선 과제라고 주장했던 1980년대 탄생한 운동권 분파)와 결탁해 문재인 정권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셈이 된다.
이런 홍 전 지사의 언론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지난 23일 "홍 전 지사가 주목받고 싶어하는 노출증이 있어서, 그것을 비틀어서 설명하다 보니 미디어와의 전쟁처럼 된 것"이라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변방 콤플렉스가 생겨 정치적 성장판은 닫히고 막말의 성장판만 열렸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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