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지난 19일부터 오는 29일까지를 기간으로, 블루투스 이어폰, USB메모리, 무선 선풍기 등을 경품으로 내걸고 5행시 공모 행사를 벌였다. 한국당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벤트 공지를 하며 "미우나 고우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한국당이 심기일전해 일어설 수 있도록 5행시로 응원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주최측의 의도와는 달리,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에는 한국당에 대한 비판적 내용이 주를 이뤘다. 예컨대 '자유한국당'의 마지막 운(韻)자인 '당' 자는 '당장 사퇴하세요', '당장 간판 내리세요', '당장 해산하라' 등으로 많이 활용됐다.
23일 오후 현재, 한국당의 이 페이스북 공지 글에는 무려 1만7000여 개의 댓글이 달렸다. SNS 등 온라인 상에서 한국당에 대한 비난성 5행시를 짓는 게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자, 정치권에서도 가세하고 나섰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23일 오전 강원 평창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요즘 한국당이 5행시를 공모하고 있다. 추경이나 인사청문회는 보이콧하면서 5행시를 쓰고 있는가?"라며 "제가 시 한 수를 드리겠다"고 하고 이렇게 읊었다.
"'자'유당 시절의 독선 정치, '유'신 시절의 독재 정치, '한'나라당 시절의 독기 정치, '국'민은 고달픈 정치. '당'장 끝내야 한다."
민주당 김진애 전 의원은 한 네티즌이 쓴 시를 자신의 SNS 계정에 소개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이 공유한 글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당의 행태에 빗대어 "'자'식 잃은 부모와 '유'가족에게 '한' 일들을 '국'민은 기억합니다. '당'신들도 알고 있지요?"라고 비난한 내용이었다.
여권 성향의 재야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트위터에 "'자'기 일당의 이익만을 위해, '유'신 공주를 떠받들어, '한'나라당 이름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국'가를 망친 그대들. '당'명을 아무리 바꾼들 그 죄는 영원히 씻을 수 없으리"라고 적었다. 전 씨는 "상품은 단호히 거절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에서는 "그래도 무관심보다는 낫다"며 짐짓 태연한 기색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아닌 상대 당 대표의 '출품'은 그냥 참아 넘기지 못했다.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을 내어 "한국당에 대한 추 대표의, 천지의 이치를 다한 듯한 신기하고 묘한 시에 감사드린다"고 비꼬며 "품위를 망각한 여당 대표의 5행시 수준을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으니 족함을 알고 그만두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 대변인은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6행시로 화답한다"며 "(중략) '민'심을 왜곡하고 남 탓만 하면서 '주'장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민주당의 구태정치야말로 '당'장 끝내야 한다"고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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