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직 기자' 노종면 YTN 사장 도전 이유는?

"결심이 촛불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자문하며 임하겠다" 출사표

'해직 언론인' 와이티엔(YTN) 노종면 기자가 YTN 신임 대표이사 공모에 도전하기로 했다.

노 기자는 11일 밤 YTN 노동조합과 동료 해직 기자 등에게 '조합원 여러분께'로 시작하는 글을 보내 "YTN 사장 공모에 입후보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첫 직장, 꼬박 6개월 동안 월급 한푼 못 받으면서도 지켰던 회사, 내게 기자로 살게 해준 언론사 YTN. 바로 그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지 삼천일이 넘었다"면서 "그 싸움의 끝이 복직이라고 믿었다. 이제 삼천일 넘게 지켜온 복직의 꿈을 내려놓는다"고 했다.

대표이사에 도전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권력에 줄을 댄 적도 없고 노조의 요청을 받거나 상의한 적도 없다. 일부 해직자의 권유를 받고 혼자 고민해 담담히 결심했다"라고 설명하며, "만약 뜻을 이룬다면 YTN 공정방송 투쟁의 승리로 규정하고 YTN의 개혁, 진정한 통합과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시대가 열렸다. YTN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라며 "저의 (사장 출마)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지 쉼 없이 자문하며 공모 절차에 임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장 공모에서 탈락할 경우 복직하지 않을 의사도 밝혔다. "와이티엔 사장, 배수의 진도 없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YTN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노 기자가 '해직 언론인'이 된 것은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이다. 당시 '낙하산 인사' 구본홍 전 사장 임명에 반대하는 투쟁에 앞장선 그는 권석재·우장균·정유신·조승호·현덕수 등 5명과 함께 해직됐고, 이후 3000일 넘는 시간 동안 복직 투쟁을 벌여왔다.

한편 조준희 YTN 전 대표이사는 지난 달 19일 임기 10개월을 남기고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퇴임식에서 "YTN을 변화의 중심으로 추동해 화합 속에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사임의 변을 남겼다. 언론노동조합 YTN 지부는 지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달 10일 성명을 내고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 전 대표이사의 퇴진을 촉구했었다.

YTN은 지난 5일부터 오는 16일까지 사장 후보자 모집 서류 접수를 진행한다. 접수 절차가 끝나면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2~3배수의 사장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고, 이사회는 이들 가운데 한 명을 사장으로 선정한다.

아래는 노종면 기자가 11일 YTN 노동조합과 동료 해직기자들에게 보낸 글 전문이다.

조합원 여러분께.

3,171일.
첫 직장,
꼬박 6개월 동안 월급 한푼 못 받으면서도 지켰던 회사,
제게 기자로 살게 해준 언론사 YTN.
바로 그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지 삼천일이 넘었습니다.
9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번도 복직의 꿈을 접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느 한순간 복직을 의심해 본적 없습니다.
정권과 결탁한 이들이 강탈해 간 YTN 기자라는 직함을 되찾는 싸움,
그 싸움의 끝이 복직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제 삼천일 넘게 지켜온 복직의 꿈을 내려놓습니다.
저는 YTN 사장 공모에 입후보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으로 복직 투쟁에 함께 해오신 분들께서 실망을 하게 될 지,
본질이 같은 것으로 이해해 주실 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이해를 구합니다.
결심을 한 이상 최선을 다해 뜻을 이루려 합니다.
YTN 외부는 물론이요
내부에 있는 그 누구로부터도 조력 받지 않고
오로지 제 의지와 힘으로 뜻을 이뤄내겠습니다.
권력에 줄을 댄 적도 없고
노조의 요청을 받거나 상의한 적도 없습니다.
일부 해직자의 권유를 받고 혼자 고민해 담담히 결심했습니다.
이번 도전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다면
YTN에서의 제 소임이 끝났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사장 떨어져도 복직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다수라면
저는 지금 당장 결심을 철회하겠습니다.
YTN 사장, 배수의 진도 없이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당부가 한가지 더 있습니다.
만약 뜻을 이룬다면 YTN 공정방송 투쟁의 승리로 규정하고
YTN의 개혁, 진정한 통합과 도약을 위한 도전에 나서겠습니다.
그때 동지들이 9년 동안 펼치지 못했던 지혜와
벼려두었던 용기를 분출시켜 주셔야 합니다.
동지들의 지혜와 용기가 제 결심의 원천입니다.
더 드릴 말씀이 적지 않지만
YTN 사장 선임 절차가 끝날 때까지 말을 아끼겠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시대가 열렸습니다.
YTN 사장 공모 역시 촛불이 요구한 결과입니다.
저의 결심이 촛불의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지
쉼 없이 자문하며 공모 절차에 임하겠습니다.
동지들과 상암에서 치열하게 일하는 그날을 그립니다.
이만 줄이겠습니다.


2017년 6월 11일 양평 새꽃마을에서,

동지들께 늘 고마움을 안고 사는 노종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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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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