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일자리 추경 거부는 정치의 직무유기"

"작은 정부 대신 일하는 정부…경제 패러다임 대전환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12일 국회에서 직접 '일자리 추경안'을 설명하고, 야당에 통과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연설로 추경안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직접 프레젠테이션까지 해가며 청년 실업, 양극화 지표 등을 설명했다. 대통령이 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의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 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증세 없이도 추경 예산을 편성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대응할 여력이 있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다면, 정부의 직무유기이고, 나아가서는 우리 정치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고 야당에 경고하기도 했다.

"11조2000억 원 투입해 일자리 11만 개 창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총 11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을 편성함으로써 일자리 11만 개가 새로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소방관, 사회복지 공무원, 근로감독관, 경찰관, 집배원 등 국민의 안전과 민생과 관련한 공무원 1만2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다. 또 보육 교사, 노인 돌봄, 치매 관리, 아동 안전 지킴이 등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2만4000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다.

민간 부문에서 청년을 지원하는 예산도 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청년 두 명을 채용하면 추가로 한 명분의 임금을 3년간 지원함으로써 5000명의 추가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했다. 또 '청년 구직 촉진 수당'을 신설해 구직 활동을 하는 청년에게 3개월간 월 30만 원을 지원키로 했다.

노인 공공 일자리는 3만 개 늘리고, 월급도 월 22만 원에서 27만 원으로 올리는 예산을 반영했다. 출산 첫 3개월 동안 육아휴직 급여는 최대 두 배 늘리도록 했다. 그밖에 국공립 어린이집 360개 신규 설치, 치매 안심센터 지원 등 예산을 추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추경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 아니라, '일하는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추경 예산은 재난에 가까운 실업과 분배 악화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긴급 처방일 뿐"이라면서 "근본적인 일자리 정책은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빠른 효과를 위해서는 공공 부문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필요한 일은 하는 정부'"라며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라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방법에 대해서는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을 향해서도 "정부의 노력이 마중물이 되어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 노력이 촉진되기를 특별히 기대하고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잘 사는 사람들은 더 잘 살게 되고 못 사는 사람들은 더 못살게 되는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은 참으로 우려해야 할 일이다.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 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지난 '촛불 민심'의 핵심은 '양극화 해결'이라고 짚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 본회의장에서 피켓 시위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단 1원의 예산도 일자리와 연결되게 만들겠다는 각오"라며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이라고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국민 약속 5대 원칙,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자신의 좌석에 붙이며 문 대통령에 대한 항의의 뜻을 이어갔다.

자유한국당은 추경안 처리도 거부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추경안 심사를 하기로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더불어민주당 백재현 의원이 맡고 있어, 마지막까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더라도 추경안 표결 처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자리에 '인사 실패 협치 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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