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사드 양심 선언을하라!

[정욱식 칼럼] 사드, 미국의 양심을 묻는다(상)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황교안 정부가 남긴 최대 적폐 가운데 하나인 사드 문제 해법을 찾아 절치부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사드 대란의 또 하나의 원인 제공자인 미국은 한국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의 양심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5월 말에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했던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의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6월 7일 상원 세출 소위의 육군예산 청문회에서 사드와 관련해 한국 내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문재인 정부가 제대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키로 한 것을 두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분통을 쏟아냈다.

"내가 보기에 사드는 명백히 한국 국민과 그곳에 있는 우리 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약 내가 한국에 산다면 나는 한국 국민은 물론 그들을 지키기 위해 그곳에 주둔해 있는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미사일 방어체제(MD)를 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히 사드를 비롯한 'MD 신봉자'라고 할 수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더빈 의원의 과거 행태는 이와는 완전히 달랐다. 1999년 3월 미국 상원은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 구축을 촉구한 공화당 주도의 법안에 97 대 3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런데 더빈은 당시 이에 반대표를 던진 3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또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1년 5월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 탈퇴 의사를 밝히자 "ABM 조약 파기는 어리석은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빈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상원 의원들 대다수는 ABM 조약 파기 및 이에 따른 MD 추진에 강력히 반대했었다. 그 논리는 당시 상원의원이자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의 지적에 너무나도 잘 담겨 있었다. 그는 "MD는 외교와 억제가 실패했을 때 강구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라며, "MD는 100%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안전을 지켜온 억제 논리를 한쪽으로 치워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1972년 미국과 소련이 체결한 AMB 조약은 사실상 MD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부시 행정부가 ABM 조약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사드 대란'도 없었을 것이다. 더빈 의원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의 행태가 유감스러운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시 미국 민주당은 'ABM 조약을 유지하는 안보'가 '이 조약을 파기하고 MD를 하는 안보'보다 훨씬 이롭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가 9.11 테러를 틈타 ABM 조약을 파기하려는 움직임에 눈감아주고 말았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당이 된 민주당은 공화당 못지않게 MD 신봉자로 돌변하고 말았다.

하여 더빈 의원을 비롯한 미국 민주당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ABM 조약이 파기된 지 15년이 지난 오늘날의 세계가 과연 더 안전해졌는가? 세계 최고의 부국(富國)인 미국 경제에도 부담이 된다며 MD에 반대했던 민주당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에 MD 구매를 강요하는 듯 한 발언을 해도 괜찮은 것인가? 과거에는 MD의 방어적 실효성이 거의 없다고 해놓고선 지금은 사드가 마치 '신의 방패'라도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MD가 없는 상태에서도 최대 4만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던 소련(이후에는 러시아)을 40년 동안 억제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자평했었다. 그렇다면 여전히 세계 최강의 공격력을 보유한 미국이 10~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을 억제할 수 없어서 사드와 같은 MD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가?

사드를 비롯한 MD 문제와 관련해 가장 안타까운 점 가운데 하나는 이를 둘러싼 미국 내부의 논쟁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MD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면 국가안보를 중시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 게 두려워서, 그리고 최대 정치 자금줄 가운데 하나인 군수업체에게 밉보일까 두려워서 미국 정계에 침묵의 문화가 형성되고 만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최강의 공격력과 MD를 앞세워 '절대 안보'를 꿈꿀수록 미국의 안보도, 세계 평화도 위협받는다는 것은 미국 민주당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거대한 군사 집단과 대규모 무기 산업이 결탁하여 행사하는 영향력이"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는 아이젠하워의 유명한 퇴임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배치 절차를 검증하고 공론화하려는 한국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궤변 대신에, 과연 사드를 비롯한 MD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를 튼튼히 할 수 있는 방안인지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그래서 미국 정계에서 실종된 'MD 토론'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고 자부하려면 이 정도의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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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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