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국회 비준 동의가 최선은 아니다

[정욱식 칼럼] 사드 배치, 본질에 접근해야

박근혜-황교안 정부가 남긴 최대 '적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유력한 방안은 절차적 문제를 따져보고 국회 비준 동의를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는 이게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편법과 불법으로 점철된 사드 배치 절차를 국회에서 검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게 국회 비준 동의를 밟기 위한 사전 조치라면 문재인 정부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밟게 되면, 결론적으로 문재인 정부도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는 의미가 되고 만다. 또한 국회 의석수 분포를 볼 때, 사드 비준 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극히 불확실하다. 사드 배치 찬성을 당론으로 정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167석으로 과반수를 훌쩍 넘기게 된다. 국민의당에서 반대나 기권이 나오더라도,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 찬성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존재한다. 국회 표결에서 사드 배치 찬성 결과가 나오면, '절차적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어도 사드가 품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는 거의 고스란히 남는다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를 밟는다고 해서 무용지물에 가까운 사드의 한국 방어 실효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줄곧 제기하는 전략적 우려가 해소되어 한중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미-중 사이의 사드 갈등을 즐기고 또한 부추겨온 북한의 행태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즉, 한국 국익에 미치는 치명적인 영향은 국회 비준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타당성을 갖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사드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 해법의 요지는 국회 비준 동의는 '최후의 카드'로 남겨놓고 우선 정부 차원의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정부 차원의 해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어느 일방 정부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시설과 구역에 관한 협정을 재검토하여야 한다"는 SOFA 규정에 따라, 주한미군 측에 이미 제공한 기지를 재검토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미 양국은 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정부는 이 경로를 통해 "동맹 차원의 재논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사드 배치 절차 및 가동을 중단하자고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실무적 차원의 논의와 병행해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정상 간 논의를 비롯한 고위급 협의도 착수할 필요가 있다. 협의의 목표는 사드 배치 '철회'나 최소한 '중단과 유보'가 되어야 한다. 크게 두 가지 잘못된 전제를 고려할 때,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

첫 번째 잘못된 전제는 사드 배치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행정부는 사드를 비롯한 미사일 방어체제(MD)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동기를 위축시켜 "비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즉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봐야 사드를 비롯한 MD로 요격당할 것임을 알게 되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은 북핵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

또 하나의 잘못된 전제는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했던 오바마 정부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자신의 "핵심이익을 침해한다"는 중국의 반발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조차도 사드가 중국과 '유관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우려를 이해하고 있다"거나 "중국의 반대를 잘 알고 있다"고 밝혀왔는데, 이는 "사드는 중국과 무관하다"고 밝혔던 오바마 행정부와 분명 달라진 입장이다.

사드 배치 강행은 북한으로 하여금 '2차 공격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어긋난 결의를 강화시켜 당장 급한 북핵 동결마저도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또한 북핵 해결에서 큰 역할을 해야 할 중국과의 갈등을 심화시켜 한-미-중 대북 공조 구축을 어렵게 할 것이다. 이는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의 이익도 크게 손상시킨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점들에 주목해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의 잘못된 전제들이 확인되고 있는 만큼, "동맹 차원의 결정"을 다시 하자고 요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상대가 트럼프 행정부라는 점에서 이러한 접근이 성과를 거둘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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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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