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인준안 국회 통과 '청신호'… 국민의당 "대승적 협조"

文대통령 '양해 요청'에 바른당도 '협조' 분위기…한국당 "인준 불가"

1989년 부인이 직장 소재지를 변경하기 위해 위장 전입을 시도했던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 동의안이 늦어도 31일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제2 야당인 국민의당과 제3 야당인 바른정당이 안정적 국정 안정을 위한 인준 절차 '협조'를 결정하면서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이런 결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 배제 기준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한다는 야당들의 요구에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응답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 수행 지지도가 매우 높은 새 정부의 첫 인사이자 호남 인사이기도 한 이 총리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며 이른바 '발목 잡기'를 계속할 경우, 호남 지역구 의원이 많은 국민의당의 경우 '역풍'에 직면할 수 있고 중도·보수를 지향하는 바른정당 또한 여론 반발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文대통령 해명 부족…그러나 대승적 협조"

29일 국민의당은 장시간 의원 총회를 진행한 끝에 "문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 회의 발언을 통한 해명은 부족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의원단 입장문'을 내고 "대통령의 입장을 수용하며 이낙연 후보자 인준에 동의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각각 40석과 6석의 의석을 가진 두 당이 본회의 처리 협조를 결정함에 따라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안이 처리될 물리적 조건(국회 의석 과반)은 갖춰졌다. 여당인 민주당은 120석을 확보하고 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마친 후 "이 후보자가 위장 전입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총리 인준에 협조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문 대통령이 스스로 천명한 인사 원칙을 포기한 것에 대해 책임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지금의 논란은 공약을 지키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한 것은 "유감 표명으로 이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5대 비리 고위 공직자 배제 공약 후퇴 문제가 말씀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만약에 공약을 구체화하는 인수위 과정이 있었다면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사전에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가운데 인사가 시작되면서 논란이 생기고 말았다"고 말했다.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전입·세금 탈루·논문 표절 등 5대 비리가 있는 사람은 고위 공직자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구체화'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해명이다.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4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이 발견된 고위 공직자 후보는 투기성 여부와 관련 없이 원천 배제하겠다는 세부 기준을 밝히기도 했다.

과반은 됐는데…자유한국당 "문 대통령 양해 요구 수용 불가"

이처럼 이낙연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처리는 물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됐지만, 새 정부 첫 인사인 데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이 '협치'를 한목소리로 말해온 만큼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임명 동의안 찬반 여부도 정치적으로 중요히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의석수 20개를 확보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처리 '협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내어 문 대통령이 이날 "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 한시라도 빨리 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자 했던 저의 노력이 허탈한 일이 됐다고 한 것은 전형적인 남탓 화법"이라고 지적한 후 "이 후보자 인준이 안 되는 이유가 본인 공약으로 내세운 인사 원칙에 저촉되고 있기 때문임을 문 대통령은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다만 우리 바른정당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정부 운영을 바라는 국민 기대를 감안하여 향후 인준 절차에 응할 방침"이라며 인사청문 특별위원회의 청문회 결과 보고서 채택과 본회의에서의 임명 동의안 처리 과정에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협조할 것임을 알렸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통령의 양해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의원 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부분의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총리인준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2005년 7월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에 한 위장 전입만 문제 삼겠다고 고위 공직자 기준을 세부화한 것에 대해서는 정 대표 권한대행은 자의적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그는 "청문회를 시작한 시점부터 부동산 투기를 위한 (위장 전입을 하면 고위 공직자에서 배제한다는) 기준을 잡는다는 것도 자의적"이라면서 "학교 교사가 강남에 (근무지를) 배정받으려고 위장전입한 것은 부동산 투기보다 더 나쁘다"고 주장했다.

미술 교사인 이 후보자의 부인은 1989년 3월부터 19일까지 강남 교육청 산하 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강남 논현동에 위장 전입을 했다. 다만 결과적으로는 강남 학교 배정 시도를 포기했다고 이 후보자는 밝힌 바 있다.

일단 이 총리 후보자 임명 동의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커졌지만, 진행 중인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와 앞으로 예정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를 둘러싸고 문 대통령의 '5대 비리자 임명 배제' 원칙 후퇴에 대한 정치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당 김 원내대표가 이날 문 대통령의 수석 보좌관 발언을 "유감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 터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약 후퇴에 대해 설명하고 사과하라는 야당의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위 공직자 임명에서 배제되어야 할 만큼의 심각한 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위장전입·세금 탈루·논문 표절 기준을 두고도 국회 운영위에서 여야 간 논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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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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