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한 달, 중동 기지 파괴로 미군은 호텔 신세…美 무기 재고 한 달 버틸 정도

전투 피해 및 손실 복구 비용만 2조에서 4조 원 들어갈 듯…이란, 호텔 투숙하고 있는 미군 위협도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한지 한 달째로 접어드는 가운데 수십억 달러의 군사 장비가 손상됐고 중동 지역 미군 기지 상당수가 일상 거주가 불가능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무기 재고 역시 한 달을 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 전쟁부(전 국방부) 고위 당국자 출신으로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인 일레인 맥커스커가 "전쟁 초기 3주 동안 전투 피해 및 손실 복구 비용이 14억 달러(한화 약 2조 1000억 원)에서 29억 달러(약 4조 3000억 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맥커스커는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국방부 예산 담당 고위 관료로 최고 재무 책임자 역할을 수행했으며, 미 중부사령부(USCENTCOM)의 자원 분석 국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신문은 주로 손상된 장비들이 최첨단 기술이 활용된 군사 장비에 해당된다면서, 이란의 탄도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짚었다. 또 카타르 내 미군 기지에 배치된 레이더 손상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미 전쟁부가 백악관에 2000억 달러(약 300조 원) 규모의 추가 예산 요청안에서 복구를 고려할 가능성이 높은 무기 장비들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지난 1일 격추된 F-15 전투기 3대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전투기 1대 가격은 약 1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12일 미 공군의 공중급유기인 KC-135가 추락하면서 승무원 6명이 사망했고,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KC-135 5대가 추가로 손상되어 현재 항공기가 수리 중이다. 이 항공기의 경우 보잉사가 1960년대 이후 생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KC-46 페가수스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 항공기의 1대당 가격은 약 1억 6500만 달러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전쟁 발발 이후 12대 이상의 MQ-9 리퍼 드론이 손실됐다. 이란 미사일에 격추된 드론이 최소 8대다. 또 지상에서 이란 미사일에 파괴된 3대, 오인 사격으로 격추된 1대가 포함된다. 신문은 이 무인기가 대당 최소 1600만 달러 정도 들어가는 고가의 장비인데, 더 이상 생산하지 않아 MQ-9B 스카이가디언 드론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높고 이 드론은 대당 3000만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은 요르단의 사드 미사일 방어 체계의 일부인 AN/TPY-2 레이더를 공격했는데, 이 레이더는 최소 3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신문은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있는 AN/FPS-132 조기경보 레이더의 경우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는데, 약 1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동에 배치된 미군 기지의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에 있는 13개 미군 기지 중 상당수가 지속적인 공습으로 인해 거주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쿠웨이트에 위치한 알리 알 살렘 기지가 이란의 공습을 받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선임연구원인 파비안 힌츠의 분석을 전하며, 이란이 미국 기지 및 인근 104곳을 공격했는데 쿠웨이트의 알리 알 살렘 기지가 가장 많은 공격(총 23회)을 받았으며, 아리프잔 기지와 뷔링 기지가 각각 17회와 6회의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세 기지의 위성 사진은 격납고, 통신 기반 시설, 위성 장비, 연료 저장소 등이 파손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지난 25일 알리 알 살렘 기지가 공격받은 이후 대형 창고까지 파손됐다고 전했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의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에는 격납고가 폐허로 변한 모습이 위성 사진에 포착됐고 중동 최대 규모의 미군 기지인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공군 기지에는 안테나와 위성 시설이 파괴된 모습이 포착됐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알 다프라 공군기지의 경우 병력 숙소로 추정되는 건물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폭발 반경이 매우 넓었다.

신문은 "이란의 공습으로 미군은 중동의 여러 기지에서 철수해야 했다"라며 "현재 미군은 인근 호텔과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이는 미군과 민간인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이란은 호텔에 머물고 있는 미군을 위협하기도 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군 병사들은 GCC(걸프만) 국가들의 군사 기지에서 도망쳐 호텔과 사무실에 숨어들었다. 그들은 GCC 시민들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호텔들은 고객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미군 장교들의 예약을 거부하고 있다. GCC 국가들의 호텔들도 마찬가지로 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미국이 이미 많은 무기를 소진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신문은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보고서에서 미군이 지난 한 달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적잖은 무기를 소진하고 있다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은 전쟁 초기 16일 간 1만 1000개 이상의 탄약을 사용했는데 이는 260억 달러(약 39조 1800억 원)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드 198기, 지대공 미사일 431기, 패트리엇 미사일 402기 등 방어 무기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연구소는 "현재 수준으로 무기 소진이 계속 유지될 경우 핵심 무기가 앞으로 한 달 내에 소진될 수 있다"면서 현재 미국과 중동, 유럽 등의 방공망이 사실상 비어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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