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를 찾아 먼저 국회 앞에 위치한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한 뒤, 국회 본청에 자리한 각 정당 대표실을 차례로 찾았다. 말 그대로 여의도를 한 바퀴 도는 '순례'였다.
문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공통적으로 "앞으로 민주당뿐 아니라 다른 당과도 늘 대화하고 소통하고, 필요하면 타협도 하면서 협력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하고 "오늘 야당 지도부를 방문하는 것이 일회적인 일이 아니라 앞으로 임기 내내 야당과 늘 대화하고 소통하는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제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전체를 놓고 성찰하는 자세로 나가겠다"며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살리면서도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함께 해 나가자. 그러면 절망이 깊은 국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수시로 야당 대표와 정책위의장들을 모셔서 논의하는 협치, 소통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야당의 공약과 자신의 공약 가운데 공통되는 부분들을 우선 실천하자고 제안하며 "공통되는 공약이 많고, 사소하게 다르더라도 최종 목표, 기본 방향은 같다. 그런 공약들을 우선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입법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대통령의 결단으로 할 부분은 제가 결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이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수시로 야당 지도부를 함께 만나 정책을 협의하기도 하고, 한미동맹 등 안보에 관한 사항도 야당과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각 당 대선후보들과는 전날 밤 이미 "축하와 위로를 주고받는 통화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 지도부들도 협치를 다짐하며 화답했다. 정우택 한국당 대표 대행은 "문 대통령의 안보관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지만, 이제 대통령이 됐으니 불안한 안보관도 해소하고 사드 문제나 대북관계에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정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 지도부 회동에서 "제1야당이시니 제가 간곡히 협조를 청하겠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과거처럼 대립하고 분열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 앞에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이 대선 기간 내내 아침마다 '문 후보'를 비판해 '문모닝'이란 신조어가 생긴 데 빗대어 "오늘은 '굿모닝'이다"라고 인사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박 대표는 "야-야 대결이기 때문에 경쟁을 했지만, 만약 수구 세력과 대결했다고 한다면 우리 입장도 달랐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앞으로 대통령이 국정을 펴 나가는데 당으로서 협력에 방점을 두고, 또 야당이기 때문에 견제할 것은 견제하면서 해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굿모닝', 듣기 좋은 말씀 감사하다"라고 웃으며, 박 대표가 차기 정부 인선을 거론하면서 "아주 좋은 분들이 거명돼서 신선함을 느꼈다"고 덕담을 건넨 데 대해 "대탕평의 자세로 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화답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안보 불안 걱정을 많이 했는데, 불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민이 걱정 없게 해 달라"고 당부하고 "개헌특위가 가동 중인데, 개헌이 계획대로 잘 추진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야당과도 많이 소통해 달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유승민 후보는 앞으로 보수가 나아갈 길을 잘 제시했다고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네며 "안보,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을 풀어 가는 부분에서 특히 바른정당이 협력해 준다면 어려움을 헤쳐 가는데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촛불 민심"을 강조하며 "(시민들이) '이게 나라냐'고 했는데, 5년 뒤에는 '이게 나라다'라고 할 수 있게 되기를 빈다. 저희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노 원내대표는 "야당과 소주 한 잔 하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과거 선거에서의 야권연대 과정에서 자신이 정의당 후보 지지 유세에 직접 나섰던 일화를 들며 "정의당이 제시한 가치를 제가 당장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그 가치들은 언젠가는 실현해야 할 가치이고 그런 면에서 정의당이 우리 정치를 이끌어 주는 면이 많다고 높이 평가한다"고 덕담으로 화답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나서면서는 주민들의 환송 행사에 참석해 꽃다발을 받았다. 청와대 인근 삼청동 주민들은 오후에 새 이웃 주민이 된 그의 환영 행사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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