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흥분제' 홍준표 "내가 유력 후보가 되긴 됐구나"

"즉각 사퇴" 요구에 "재밌게 엮은 것"…대변인 "혈기왕성할 때 일"

대학생 시절 하숙생 동료가 '돼지 흥분제'를 이용해 여학생을 성폭력하는 데 모의했다는 내용을 자서전에 버젓이 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대선 후보직을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 관련 기사 : 홍준표의 44년 전 '돼지 흥분제' 강간 모의 이야기)

21일 바른정당 소속의 박순자 박인숙 이혜훈 이은재 의원과 진수희 김을동 이에리사 권은희 민현주 정미경 전 의원은 홍 후보가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이 거짓 변명으로 일관하다고 있다"고 지적하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박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당시 법대생 홍준표는 친구들의 이런 모의를 만류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담했다는 사실이 기가 막히고, 국민의 대표로 현역 국회의원인 시점(2005년)에 자서전을 내면서 이런 부끄러운 범죄 사실을 버젓이 써놓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홍 후보는 "대선 후보가 아니라 검사 출신으로서는 물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한 인간으로서도 자질 부족임을 보여주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내 여성 의원들께도 호소한다. 이런 비정상적이고 부도한 후보를 두둔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홍 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홍 후보와 연대하고 단일화하는 것은 제가 정치하면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홍 후보 심리는) 범죄 심리학자들이 연구할 주제다. 도저히 정상적 사고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당에서 출당, 제명돼야 할 대선 후보가 돼 있고 게다가 어제 그 후보에 대한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며 "제가 '네거티브'를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손으로 자서전에 '돼지 흥분제 이야기'라고 소제목까지 달아서 성폭력을 모의한 것을 직접 썼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느냐"고도 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도 "홍 후보는 이번 대선 주요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법 위반 전과가 있는 데다, 현재 정치 자금법 위반(성완종 리스트) 피의자 신분이다. 게다가 공소시효가 지났을 뿐 본인이 강간 미수의 공동정범이었음을 자백했다"며 "성폭행 자백범, 강간미수 공동정범 홍준표는 후보직을 사퇴하라"라 요구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 출연해 홍 후보는 "역대 보수 정당 후보 중 최악의 후보"라며 "(홍 후보는) 세탁이 아니라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 이 일(성폭력 모의)은 법률적으로 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후보 사퇴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홍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에세이 <나 돌아가고 싶다>(행복한 집 펴냄) 중 '돼지 흥분제 이야기' 부분이 "당시 하숙직에 있던 S대 사람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그 이야기를 재밌게 엮으려고 그랬던 것"이라면서 "끝난 사건을 또다시 들추는 것을 보면 내가 유력 후보가 되긴 했구나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중앙 선거대책위원회의 정준길 대변인은 홍 후보가 "혈기왕성한 대학교 1학년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을 너그럽게 국민들께서 감안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지금이랑은 사회적 분위기가 다른 상황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더 키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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