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委 메모 "의전에 실수는 용서가 없다"

[세월호 특조위를 말하다] 조사3과 전 조사관 인터뷰

그토록 기다린 세월호가 1089일 만에 뭍으로 돌아왔다. 하얀빛을 자랑하던 세월호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다 깊숙한 곳에서 뒤틀린 회색빛으로 변해 있었다. 예상보다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얼마나 흘려야 눈물이 멈출 수 있을까.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필요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 해경은 왜 승객들을 구조하지 못했는지, 왜 이러한 참사는 반복되는지... 세월호 참사에는 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달려있다. 그러한 의문을 풀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세월호 특조위다. 하지만 2016년 6월 30일자로 조사활동은 강제종료 됐다.

여러 변수가 존재하지만 현재 출범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나면 다시금 세월호 특조위 2기가 구성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러 의원들이 세월호 특조위법안을 발의해둔 상황이다.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2기 특조위의 향배도 결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세월호 특조위가 재구성된다고 소기의 성과를 이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기 특조위가 의도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접수된 231건 사건 중 단 4건에 대해서만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내재해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와 특조위 무력화 시도다.

그렇다 해도 그 이유만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나의 사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노골적으로 보여지는 상수(常數), 그리고 그 이면의 다양한 변수(變數)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있는 게 일반적이다. <프레시안>에서는 1기 특조위가 왜 실패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따라 2기 특조위에서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세월호 특조위에서 활동한 조사관 당사자들 인터뷰를 통해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개선책은 어떤 게 있는지를 살펴본다. 세월호 특조위 내 진상조사국 조사1과, 2과, 3과에서 각각 조사관 1명과 안전사회과 조사관 1명을 만났다.

아래는 세월호 특조위 진상조사국 조사3과에서 일한 전 조사관과의 인터뷰 내용.

ⓒ프레시안(최형락)

"해경, 특조위의 조사활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했다"

프레시안 : 진상조사국 조사3과에서 일했다. 조사3과는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조사관 : 언론보도의 공정성·적정성과 정보통신망에 의한 피해자 명예훼손 그리고 기록관리업무를 담당한 과이다. 저는 기록관리 업무를 담당하였다. 위원회 다양한 기록물 중에서 특히 조사관들이 조사업무 과정에서 수집한 기록과 자료를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예를 들면 해경, 해수부 등 조사대상기관에 자료제출을 요청하고 받은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업무에 필요할 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업무였다.

프레시안 : 한마디로 조사관들의 조사기록을 모으고 정리하는 일을 했다고 보면 되나?

조사관 : 세월호 특조위는 직권으로 어떤 사안을 조사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신청 받은 사건을 조사하는 식이었다. 그 사건이 200건이 넘었다. 이 사건들이 각각 사건이지만 결국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건이다. 각각 조사관들이 저마다 맡은 사건이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하나의 사건, 즉 세월호 참사라는 큰 틀에서 조사가 진행됐다.

이에 조사관들이 다 같이 봐야 하는 기록들이 있었다. 기록 선원 재판기록이라든지, 감사원 감사자료, 국정조사 기록, 행정부의 수사기록 등. 이에 그것을 조직하고 목록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조사관들이 필요할 경우, 컴퓨터에 앉아서 기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런 일도 했다. 또한, 청문회, 위원회 회의 등의 기록도 정리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조사를 해야 하는 세월호 특조위 특성상 기록 정리보다는 조사활동 지원에 포커스를 더 맞췄다.

프레시안 : 정부 기록을 모으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듯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특조위에 비협조적이지 않았나.

조사관 : 그렇다. 일례로 특조위 활동 종료 즈음인 2016년 5월, 우연히 해양경찰의 TRS(해경공용통신) 존재를 알게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TRS의 존재를 아무도 몰랐다. 이것이 해경 본청에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특조위가 증거수집을 위해 실지조사 형태로 해경 본청을 방문했다.

프레시안 : 기억난다. 당시 특조위가 방문했으나 해경에서 이를 주지 않아서 며칠 동안 대치 상태가 이어졌던 거로 기억한다. TRS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조사관 : 당시 우리가 요구한 TRS에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과 해군 사이 교신 내용이 담겨 있었다. 특조위는 전체 녹음파일 제출을 요구했지만 해경 측에서는 선별해 제공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프레시안 : 해경에서는 왜 그랬나.

조사관 : 안보와 관련된 내용이라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우리는 그들이 선별한 파일은 위·변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드를 통째로 가져와서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는 2급 비밀취급을 인가받은 기관으로 공익적 목적으로 비밀사항에 해당하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 않나.

조사관 : 맞다. 안보는 핑계였다. 해경은 당시 세월호 특조위를 이미 활동이 끝난 조직으로 판단했다. 그러니 버티기면 된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프레시안 : 그래도 대치 끝에 특조위는 TRS를 입수하지 않았나.

조사관 : 받으려 했던 자료에서 일부를 뽑아 줬다. 하지만 거기에도 이제껏 밝혀지지 않은 사실들이 여러 건 들어 있었다. 하지만 더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 조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조위 활동이 종료되는 시점이었다.

프레시안 : 그런 생각도 해본다. 그렇게 해경 등이 숨기고 있는 자료와 정보가 얼마나 더 있을까.

조사관 : 분명 더 있으리라 생각한다.

ⓒ프레시안(최형락)

예산을 볼모로 특조위 발목을 잡은 정부

프레시안 : 조사활동 방해도 문제였지만, 정부가 예산 배정을 두고도 여러 방법으로 방해를 했다고 들었다.

조사관 : 세월호 특조위가 2015년 예비비로 요구한 160억 원이 89억 원으로 44%삭감돼 8월 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특히 사업비 45억8000만 원을 요구했는데, 정부는 이를 69%를 삭감하여 14억2000만 원을 배정했다.

프레시안 : 절반 이상을 삭감한 것은 사실상 활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 아닌가.
조사관 : 사업비의 69%를 삭감했다는 것은 기존 요구안의 3분의 1을 토막 낸 셈이다. 이는 정부가 예산을 볼모로 특조위의 발목을 잡으려 했다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프레시안 : 록업무 관련해서도 많은 예산이 삭감되었을 것 같다.

조사관 : 기록 관련해서 특조위는 아날로그 자료와 디지털 자료를 그 특성에 맞게 관리․활용․보존하기 위하여 5억8400만 원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89%를 삭감하여 6200만 원만 배정했다. 사용처 또한 대부분 아날로그 자료 관리와 관련된 것으로 제한했다. 스캐닝 비용도 전액 삭감하고, 자료 관리를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 비용도 0원으로 만들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제대로 기록업무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나.

조사관 : 이는 수십만 쪽에 달하는 재판 기록을 모두 종이로 복사하여 종이문서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검토하라는 말이다. 또한, 수십 테라바이트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디지털 포렌식 사업 산출물도 대용량 저장장치가 아니라 소형 외장 하드 디스크 수십 개를 구입해서 관리하라는 말이며, USB 메모리 스틱에 저장할 수 있는 정도의 소용량의 데이터만 분석하라는 말로 들렸다.

프레시안 : 그런 상황이 계속 됐나.

조사관 : 이는 2016년도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특조위 조사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 별정직 조사관 책상에 붙은 메모.

"조사보다 의전이 더 중요하다고 교육하는 파견 공무원"

프레시안 : 파견 공무원은 어땠나.

조사관 : 사실 일부 파견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 그런데 일 안 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들 공무원 특유의 행위를 별정직 부하 직원들에게도 주입한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런 예가 있었나.

조사관 : 한 번은 다른 과에 갔다가 별정직 직원 컴퓨터 모니터에 붙은 메모를 우연히 보게 됐다. '업무에 실수는 용서가 되지만, 의전에 있어 실수는 절대 용서가 없다'라는 제목의 쪽지였다. 과장 모시고 점심 장소 등을 알아보는 방법, 그리고 회식 약속 체크하는 방법 등을 적은 쪽지였다. 그것을 보고 무척 화가 났다.

프레시안 : 할 말이 없다. 파견 공무원이 부하 조사관 군기 잡는 식인 듯하다. 그리고 특조위 업무보다 상사와의 밥자리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

조사관 : 처음에는 기록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특조위 조사가 잘되도록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것만 생각하며 미친 듯이 일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안 되겠다 생각했다. 위원회 안에서 이 문제를 두고 조사관들과 대화를 했더니 대부분 조사관들이 다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공감대가 형성됐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말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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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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