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31일 오전 최고위 회의 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대해 "제가 이야기했다. 4월 5일 우리 당 후보 확정 시점에서 우리 후보가 문재인의 절반만 되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며 "(그 목표치까지의) 도달이 제 예상보다 6일 더 빨리 왔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제가 여러분께 작년부터 뭐라고 했나"라고 자신감을 보이며 "'후보가 많은데 (문재인 대 안철수) '1대1 구도'가 아니지 않냐고 하는데, 물론 산술적으로 볼 때는 그렇지만 그 후보들은 유의미한 득표를 못 한다. 세 분(한국·바른·정의당 후보 지칭)을 합쳐봐야 17~18%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상' 양자 구도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실상 그런 것이지 실제로는 다르다'라는 기자의 지적에 "산술적인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모든 단일화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모든 단일화가 좋은 게 아니다'라는 말은 타 정당 후보들과의 연대론을 사전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1987년) DJ가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백기완 선생이 후보로 나왔다"는 사례를 들며 "우리는 그게 더 바람직했다. 우리 표를 먹기는 먹지만, 거기에서 완충 역할을 해 주기 때문에 중도 세력이 DJ에게 붙어줬다"고 당시 상황을 해석했다.
그는 "보수 후보와 꼭 연합, 단일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냐? (그런 것을 하면) '박근혜 세력'을 싫어하는 우리 지지층이 도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분들(보수 후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좋다"며 "후보가 딱 2명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완충 지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경남지사가 영·호남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 분 말씀은 그 분한테 여쭤 보라. 홍 후보의 모든 말씀에 제가 답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불교방송(B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으로 인해 보수층 민심이 결집하면 한국당 후보의 지지세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과 관련해 "그렇진 않을 것"이라며 "보수층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에 대해서는 용서하지 않는다. 고 육영수 여사를 생각하는 친박들, 또 박 전 대통령과 인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 친박들은 이미 1~2% 선에서 굳어 있기 때문에 그 이상의 확산은 없다고 본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자신의 '3단계 연정론'이 한국당이나 바른정당 후보와의 단일화 등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현재 그런 인위적인 연대는 있을 수 없다"며 "이것은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후보가 확정됐을 때 국민이 자연스럽게 지지도로서 표출을 함으로써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당이 중도적이고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혁명적 청소를 요구하고 '대통령 되면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하는 이런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싫증을 느낄 것"이라고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하는 한편 "어떤 경우에도 극우 보수는 실패하기 때문에 중도 보수는 저희 당으로 모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박 대표는 이렇게 보수 세력과의 단일화에는 선을 그은 한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서는 더 날을 세웠다. 그는 오전 간담회에서 "문 후보의 자제분 문제는 본인이 이야기를 하셔야 한다. 우리 당에서도 상당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머지않아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문 전 대표 아들의 취업 관련 의혹을 직접 제기할 예정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이날 아침 발언을 겨냥해 "살다 보니 재미있는 일이 있다. 추 대표가 공개 발언을 통해 '언론이 국민의당 띄우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며 "언론이 띄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심이 띄우기를 하는 것이다. (추 대표가) 스스로 자기들의 해가 지는 것을 인지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이날 아침 추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의도적으로 '국민의당 띄우기'를 하는 것은 사실과 달라 좀 지나치다"며 "단순 참여자 숫자를 비교만 하더라도 민주당은 36만 명 이상이고, 국민의당은 겨우 11만 명이다.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국민의 참여 규모나 지역 분포만 보더라도 '클래스'(수준)가 다르고 격이 다르다"며 "도를 넘은 '국민의당 띄우기'가 결국 민주당의 정권교체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라면, 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함께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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