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김무성 '모시고' 갈등설 봉합

'정치 스승' 이회창 예방…보수 표심 잡기

바른정당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29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선 본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바른정당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당사에서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 회의를 열고 당의 대선을 지휘할 선대위원장에 김 고문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김 의원은 그간 보수진영의 유력한 대선후보군에 속했으나 지난해 11월 탄핵 정국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불출마 선언을 한 바 있다.

'김무성 선대위원장 카드'는 유 의원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한다. 최근 두 사람 사이에 물밑 갈등설이 불거지자 전날 두 사람은 후보자 선출 대회를 마친 후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공개하는 등 갈등설 일축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였다.

유 의원은 회의에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치르기 위해 선대위를 곧 발족시켜야 하는데 김무성 고문님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싶다"며 "김 고문이 백의종군을 고집하는데 제가 부득부득 우겨 모셨다"고 말했다. 또 "선대위 발족은 김 고문과 상의해서 정하겠다"며 "선대위 체제가 시작하면 선대위가 정하는대로 여러분과 호흡을 맞추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후보의 승리를 위해 모든 정치경력을 다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바른정당의 모든 구성원은 힘을 합쳐 유 후보가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게 도와야 한다"며 "오랜 기간 유 후보를 지켜봤는데 항상 시대를 앞서가는 주장을 했고, 드디어 대선 후보로까지 왔다"고 추켜 세웠다.

김 의원은 "단독으로 위원장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좋은 분이 있으면 누구든 추천받아 모시겠다"고도 밝혔다.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서는 '염두에 두고 있는 선대위원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생각 중이다. 내부·외부 인사 모두 상관없다"고 답했다.

경선 기간 논란이 됐던 보수 후보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 의원은 "당분간 단일화 얘기는 안 할 것"이라며 "유승민 후보와는 단일화 얘기를 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오후에는 숭례문 인근 이회창 전 총재 사무실을 방문해 바른정당 후보로 선출된 사실을 알리고 정치 행보에 대해 이 전 총재의 조언을 들었다. 이 전 총재는 "요즘 제3지대다 연대다 하고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그럴 때 나라가 가야 할 길을 확실하게 제시하고 깃발을 들고 가는 분이 있어야만 국민이 안심하고 기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계산을 너무 복잡하게 하다 보니 이런저런 소리가 다 나오는데 자칫 그 속에 빠져버리면 가야 할 길을 잃어버린다"며 "원칙과 주관, 핵심가치에 대한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으면 복잡한 상황에서도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원칙이나 명분이 중요하다"며 "너무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선까지 "짧은 시간이지만 결국 국민께서도 현명하게 판단하실 것으로 보고 있고, 그것을 믿고 가겠다"는 말도 남겼다.

유 의원은 전날 후보 선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 원점 검토를 하겠다면서 "자유한국당 후보들에게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 경선 후보 중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김진태 의원 모두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특히 '문제점'으로 유 의원은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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