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자유한국당 후보들 상당히 문제 있다"

"보수 단일화 원점에서 재검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8일 대선 후보 당 최종 후보자로 선출됐다. 유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겠다"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출마 때부터 주장해 왔던 '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이날 최종 후보자로 선출된 후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원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애초에는 "보수 후보 단일화가 국민적 요구"일 것으로 판단해 단일화를 주장했었으나, 현재 단일화 대상으로 거론되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대통령으로서의 자질과 사드 반대와 같은 국민의당의 안보 노선이 자신이 주장해 온 "원칙과 명분에 맞는 단일화"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고민에서다.

유 의원은 이날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현장 시행된 대의원 투표와 당원 모바일 투표(30%), 그리고 앞서 진행된 국민 정책 평가단 투표(40%)와 국민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3만6953표(62.9%)를 얻어 2만1625표(37.1%)를 얻은 남 후보를 제치고 바른정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됐다.

대의원과 당원 중 투표를 한 1만7465명 가운데 유 후보는 1만1673명(66.8%)에게서 표를 얻었으면 남 후보는 5792명(33.2%)에게서 지지를 받았다. 일반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유승민 후보가 63%, 남경필 후보가 37%를 얻었다. 유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다.

유 후보는 수락 연설에서 "여러분의 뜨거운 기운을 받아 5월 9일 기필코 감동의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내겠다"면서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전직 대통령과 일부 세력 때문에 보수 전체가 매도당해서도 안 되고 매도 당할 이유도 없다. 이 나라를 지켜온 만들어온 보수가 이제 당당하게 고개를 들어야 한다. 저 유승민이 이 땅의 보수를 바로 세우는 데 앞당서겠다"고 외쳤다.

그는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겠다"면서 경제 위기 해결과 재벌 개혁, 최단 시간 내 사드 배치, 외교로 중국 경제 보복 해결, 강력한 국방 개혁, 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 야당과의 협치 등을 거론했다.

유 의원은 "제가 대통령이 되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는 "정의, 자유, 평등, 공정, 법치, 공공선이라는 헌법정신이 살아 숨쉬는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들겠다"면서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절망하는 국민이 없도록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른정당의 대선 후보가 된 유 후보 앞에 놓인 험로 중 하나는 '보수 후보 단일화' 여부다. 당초 보수 후보 단일화는 유 후보가 최초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대선 전략이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날 자유한국당·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출대회를 마친 후 별도로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당 후보가 워낙 지지도가 높은 상황이니 1월부터 (보수 후보 단일화를) 말씀드렸다"면서 그러나 "지금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 문제는 국민의당과의 단일화 문제도 마찬가집니다만,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유한국당과의 단일화에 대해 "몇 가지 원칙이나 명분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첫째는 새로운 보수의 길, 개혁적 보수의 길, 거기에 (자유한국당이) 동의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또 "상식적으로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서 호가호위하면서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 보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던 사람들, 그 분들은 당연히 인적 청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거듭해서 "자유한국당이 누가 봐도 진박 인적 청산을 확실히 하고 또 개혁적 보수의 길에 대해서 분명히 입장을 정한다면 (단일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지금 상당히 문제가 있다"며 "상대가 대통령이 되어도 좋다는 전제 위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인데, 제 마음이 지금 그렇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문화방송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바른정당·국민의당과 대선 연대를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인적 청산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추가로 당을 쇄신하는 작업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최종 대선 후보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출됐을 경우를 묻자 이에 대해서 유 후보는 단일화 대상 후보가 "친박이냐 비박이냐 그것은 큰 원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그러나 "문제는 홍준표 지사의 경우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1심에서 1년 6개월 징역형을 받았고 2심에선 무죄를 받은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된 다음에 법원에 재판을 받으러 가는 그런 상황은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저는 홍 지사의 출마를 당초부터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국민의당과의 단일화에 대해서는 유 후보는 "국민의당은 당론으로 사드를 반대하고 있고 박지원 대표는 대북 송금으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면서 "이에 대해서도 뭔가 분명히 하지 않고 단일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유 후보는 "제가 단일화를 얘기한 것은 제 마음에서 우러나왔다기 보다는 국민적 요구가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국민적 명령이 어느 정도인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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