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계자는 지난 23일 "어제(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신연희 구청장 관련 사건을 접수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이는 민주당 소속 여선웅 강남구의원이 신 구청장의 불법 선거운동 의혹을 폭로하고, 문재인 캠프가 이를 고발한 데 따른 것이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신연희 강남구청장 고발)
검찰은 고발 내용을 검토한 뒤 신 구청장 등 사건 관련자의 조사 방법과 시기 등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당시 밝혔다. 그러나 26일 오후 현재까지 관련자에 대한 소환 통보나 신 구청장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뤄진 바 없다. 여선웅 구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그러는 사이 문제의 단체 대화방은 벌써 폭파됐다는 제보가 있다"며 "검찰이 신 구청장의 증거 인멸을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그러나 신 구청장 사건이 배당된 날과 같은 날, 역시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에 배당된 성남시 공무원 A씨에 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쾌속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찰은 사건 배당 바로 다음날인 지난 24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A씨의 소속 과 사무실과 정보통신 부서 등이 수색 대상이 됐다.
A씨는 지난 2월 2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자신의 페이스북 등에 '촛불 개혁 과제, 가장 잘 할 후보는 이재명', '이재명을 뽑아야 하는 이유' 등의 글을 올려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하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당사자 격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물론, 민주당 소속 각 주자들은 일제히 검찰 수사가 편파적이라며 비판했다. 이 시장은 25일 입장문을 내어 "검찰은 정치 탄압과 경선 개입을 중단하라"며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향방을 좌우할 호남권 ARS 투표가 시작되기 하루 전, 특히 저의 호남 지역 지지율이 2위에 오르며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성남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사건과 전혀 상관 없는 부서의 인사기록까지 압수해가는 등 전형적인 과잉 수색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번 압수수색은 선관위 고발 하루 만에 전격 감행된 것"이라며 "우리 당 후보를 '공산주의자'라고 한 강남구청장의 종북몰이, 우석대 학생 식사 제공 및 후보 참여 행사 버스 동원, 제주 청년 지지선언 조작 의혹 등 다른 엄중한 선거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유야무야 차일피일 조사를 미루고 있는 검찰이 유독 저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신속하고 과감하게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노골적 정치 탄압과 선거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과 경쟁하고 있는 문재인·안희정 후보 측도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문 전 대표 측 박광온 대변인은 "검찰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ARS 투표 시작을 앞두고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의 갑작스런 신속성이 의외"라며 "행여 민주당 경선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이 기우로 끝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를 돕고 있는 진성준 전 의원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성남은 죽이고 강남은 봐주는가? 검찰의 편파 수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검찰이 우리 당 대선(예비)후보를 겨냥해 불순한 표적 수사를 진행한다면 국민은 이를 결단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 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도 "이런 민감한 시기에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선 흥행에도 악재이고, 우리 당을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같은 야권의 비판에 대해 "압수수색은 민주당 경선 일정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선관위 고발과 동시에 언론에 보도돼 증거 확보를 위해선 신속한 압수수색이 필요했다"며 "실체 규명에 필요한 범위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압수수색을 한 것이고, 당시 시청 업무에도 지장이 없도록 노력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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