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美 국무 '만찬 논란', 어떻게 된 일일까?

한국이 미일 동맹의 하위 구조라는 인식…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처음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하며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보다 위상이 낮다고 평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이번 한중일 3국 순방에 유일하게 동행한 미국 인터넷 언론 <인디펜던트저널리뷰>(IJR)와 인터뷰에서 일본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our most important ally)라고 언급했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동북아의 안정과 관계가 있는 중요한 파트너"(an important partner)라고 평가했다.

이는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그 위상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간 일부에서는 미일 동맹이 한미 동맹보다 우선순위에 있으며, 한미 동맹이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 2015년 12월 전격 발표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밀실 협약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체결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등은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는데 주요한 근거로 쓰였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이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라는 이야기를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언급한 적은 없었다. 일본을 가장 상위에 있는 동맹국으로, 한미 동맹은 미일 동맹을 뒷받침하는 하부 구조라는 인식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트럼프 정부가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일과 한미 관계에서의 불균형은 없다고 했다. 전체 맥락을 보면 '동맹'이냐 '중요 파트너'이냐의 여부는 의미 부여할 게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미 양국 정부는 이번 틸러슨 장관의 방한이 성공적이었다고 보며 전반적 일정과 회담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 지난 17일 렉스 틸러슨(왼쪽) 국무장관은 정부 서울청사 별관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 전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은 발언하는 윤병세 장관을 바라보고 있는 틸러슨 장관 ⓒAP=연합뉴스


한편 틸러슨 장관은 이번 순방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만찬을 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틸러슨 장관은 해당 인터뷰에서 "한국 측이 만찬을 제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의 피로 때문에 한국에서 만찬을 취소했고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한국 신문의 보도가 있었다는 질문에 그는 이같이 답한 뒤 "마지막 순간에 그들(한국) 입장에서 (만찬을 하지 않는 것이) 대중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피곤해서 만찬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회담 당일인 지난 17일 정부가 설명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당시 외교부 당국자는 "일정을 조율할 때 억지로 밥을 먹자고 하는 것은 좋은 방식은 아니다"라며 "우선 한국은 일본과 달리 상황이 엄중한 곳이고, 틸러슨 입장에서는 국무장관이 된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하는 것인데, 유니폼(주한미군) 입은 사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문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제안했는데 미국이 거절했다는 식으로 규정할 문제는 아니다. 서로의 처지를 봐가면서 편리하고 유연하게 하는 것"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일정을 고려해 무리하게 밀어붙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아예 한국 측에서 만찬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한국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틸러슨 장관은 "그건 아니고 그들이 설명을 그렇게 한 것일뿐"이라며 "무엇을 할지 말지는 초청하는 국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미국 측)가 결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양측은 틸러슨 장관이 국무장관으로서 첫 방한이라는 중요성과 한반도 정세의 엄중함을 감안하여 긴밀하게 일정을 조율했다"며 "만찬 일정과 관련해서는 의사소통의 혼선이 있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바, 필요하다면 향후 적절한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한국 입장에서 미국과 같은 동맹 국가의 국무장관이, 그것도 취임 이후 처음으로 방한하는 일정에서 만찬을 준비하는 것은 일반적인 수순이다. 이에 실제 한국 정부가 만찬을 제안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과정 중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과 중국 모두에서 만찬을 했는데 유독 한국에서만 하지 않은 것을 두고 트럼프 정부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을 중요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탄핵 정국을 맞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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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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