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현장에서도…노동자 10명 중 2명 "폭염 휴식 안 지켜진다"

건설노조 조사…"작은 회사 적용 못 받아", "기후위기에 일 줄어 생계 걱정" 등 보완 요구도

건설 노동자 열 명 중 두 명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이면 2시간에 20분 휴식'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그마저도 아파트·공공기관 등 대형 건설현장에 한해서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건설 노동자 727명을 대상으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3일간 조사해 서울 종로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폭염기 정기휴식이 지켜지고 있나'라는 물음에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32명(18.2%)이었다. 반면 410명(42.7%)는 '잘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178명은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지켜졌다 안 지켜졌다 하는 곳과 특정 공정에서만 지켜지는 곳 등이 혼재된 답변으로 추정한다"고 해석했다.

다만 이번 조사 결과는 '폭염기 1시간에 10~15분 휴식'이 강제력 없는 정부 지침으로 시행되던 직전 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건설노동자 157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8.5%만 지침이 지켜지고 있다고 답한 데 비해서는 나아진 것이다.

형틀목수라고 밝힌 김훈 경기건설지부 조합원은 회견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한지 20년만에 처음 보는 모습을 정부가 바뀌고 보고 있다"며 "회사들이 온도계를 들고 다니며 자재 온도를 측정한다. 슬라브는 45도, 철제 자제는 55도, 유로폼은 72도까지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 폭염 중대재해가 일어난 첫 회사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건설사들이 신경을 쓰는 것 같은데, 오래 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폭염기 건설현장 노동정책에 대한 보완대책을 묻는 설문(중복응답 가능)에는 473명(65.1%)이 '매 2시간은 너무 길다. 1시간마다 쉬어야 한다'고, 300명(41.3%)이 '정부 관계당국이 제대로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답했다.

폭염기 노동정책과 관련 정부와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을 묻는 주관식 설문에서는 "관리감독을 미리 예고하지 말고 불시에 해야 한다", "전수조사와 강력한 감독이 필요하다. 작은 회사 현장은 아무런 적용을 못 받는다"는 등 답이 나왔다.

이밖에 응답자 65명(8.9%)은 '물을 제공받고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휴식을 위한 별도 휴게시설이 없거나 너무 멀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응답자는 110명(15.1%)이었고, 휴게시설이 있어도 안에 냉방시설이 없다는 응답자는 75명(10.3%)이었다.

노동자들은 폭염 노동으로 인한 고충 못지 않게 생계 걱정에 시달리기도 했다. 응답자 647명(89%)은 폭염은 물론 폭우 등 기후위기로 7, 8월에 일하는 날이 줄었다고 답했고, 그 중 417명(57.3%)은 5일 이상 줄었다고 답했다.

건설노조는 회견문에서 "건설 노동자라면 본인의 건강보다 작업을 못해 반토막나는 임금 걱정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며 폭염기 휴식 산안규칙의 후속대책으로 "폭염기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임금 보전 법제화"를 요청했다. 또 "타설 노동자는 폭염기 정기 휴식 예외 직종이 됐다"며 이의 시정을 촉구했다.

▲ 전국건설노동조합이 29일 서울 종로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건설현장 폭염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프레시안(최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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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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