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테러' 당했던 老기자 "철없는 늙은이들 못 참겠다"

[신간] 오홍근 전 기자의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

전직 언론인으로 극우파의 이른바 '회칼 테러' 피해자인 오홍근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김대중 정부 청와대 공보수석, 국정홍보처장)이 새 책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산해 펴냄)를 냈다.

오 전 위원은 중앙경제 기자로 재직 중이던 1988년, 군사문화를 청산해야 한다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출근길 현역 군인이 휘두른 식칼에 허벅지를 찔리는 테러를 당했다. 태극기를 휘두르는 극우파의 범죄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즈음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그간 프레시안에 쓴 칼럼을 묶어 <그레샴 법칙의 나라>(이담북스 펴냄), <민주주의의 배신>(산해 펴냄)을 낸 오 전 위원은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에서 "세상 돌아가는 꼴이 하도 가관이라 끝내 참지 못하고 한마디 한"다며 자신이 바라본 요즘 세태를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책에서 특히 "내 인내심이 바닥나게 된 데는 태극기 들고 설쳐대는 어버이OO니 박OO니 하는 철없는 늙은이들이 기여한바 꽤 크다"고 강조했다. 오 전 위원은 이른바 '4.19세대'에 가까운 연배다. 시대의 '어른'이 부족한 정국에, 그가 "철없는" 어른들에 회초리를 드는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 <대통령 복도 지지리 없는 나라>(오홍근 지음, 산해 펴냄) ⓒ산해
책에서 오 전 위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에 이르는 지난 10년의 실정을 강경하게 비판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특정 현상에 관한 단순 비판을 넘어 한국 민주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현 대통령제의 경우 "대통령 말이면 안 되는 일이 없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해야 하느냐"며 "이제 유권자들도 정신 차려야 한다.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라는 말"이라고 꼬집는다.

대통령 탄핵사태에 이르는 길은 결국 국민이 투표를 잘못 했기에 닦였다는 지적이다. 표를 얻기 위해 나서는 정치인에게서는 듣기 힘든, 하지만 시원한 지적이다.

물론 국민이 무지해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고만 치부할 순 없다.

오 전 위원은 현 세태의 핵심으로 언론을 꼽는다. 그는 4대강 사업, 국정원 댓글 사건,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을 거치며 기자들이 기자답지 않아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해 그는 "전에는(게이트가 일어나기 전에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더니, 시인·사과로 대통령의 힘이 빠진 후에는 뉴스 도중에도 현장으로 중계 카메라를 넘겨 촛불시위 장면을 보도하는 날쌘 모습"을 우리 언론이 보인다며 "오래전부터 이 나라 '이른바 언론'에게는 하이에나 언론이라는 딱지가 붙어 다녔다"고 꼬집었다.

오랜 시간 민주 정부에 몸담아온 그는 책에서 과거 굵직한 사건을 끄집어내 끝없이 현 세태를 환기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는 초유의 사태가 실은 과거부터 누적되어 온 모순의 폭발이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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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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