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드 당론 바뀌어야"…국민의당 내분

안철수·주승용 '재논의' vs. 박지원·손학규·천정배 '부정적'

국민의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당론 재논의 문제를 놓고 당내 이견을 빚고 있다. 북한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 주승용 원내대표가 당론 재논의를 주장한 데 이어, 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대표도 재논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선 것. 그러나 박지원 당 대표는 신중한 입장인 가운데 다소 부정적으로 기울어 있고, 천정배 전 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도 사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는 17일 당 지도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반대 당론이 바뀌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안 전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전체적으로 의논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대표의 측근인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안 전 대표는 사드 당론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김정남 피살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15일 "저희가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할 명분은 많이 약해졌다"며 "미사일(IRBM) 발사 등 상황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당론을 다시 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 사드 관련 당론을 재논의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었다. 안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에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는 지난해 7월 사드 배치가 처음 논란이 됐을 당시 의원 개인 명의 성명을 내어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른 문제가 아니다. 배치에 따른 득과 실이 있으며, 얻는 것의 크기와 잃는 것의 크기를 따져봐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저는 잃는 것의 크기가 더 크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달 1일 대구방송(TBS) 인터뷰에서는 "정부 간의 협약은 다음 정부에서 백지화하거나 뒤집을 수 없다"며 "지금 최선은 미중 양국과 협의해서 중국이 북한제재에 동참하게 하고, 그 결과 북핵 문제 해결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 미국에 사드 배치 철회를 요청하는 것"이라고 변화된 입장을 보였다.

김경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사드 반대 입장을 냈을 때와는) 상황이 바뀌었다. 배치 과정은 잘못됐지만, 국가 간 합의한 사항을 뒤집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다만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김정남 피살과는 무관하다"며 입장 변화 시점이 그 이전(2월 1일)임을 지적했다.

박지원·정동영 부정적…손학규·천정배도 반대 입장에 변화 없어


그러나 박지원 당 대표의 생각은 사드 당론 재논의에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주승용 원내대표가 전화로 연락이 왔다"며 "저는 '그런 문제를 그렇게 빨리 얘기할 필요성이 있겠느냐'라고 했지만 주 원내대표가 그런 개인 견해를 가진다고 했다"고 주 원내대표의 사드 재논의 입장을 '개인 견해'로 깎아내렸다. 박 대표는 "본인의 개인 의사로 어느 정도 논의하는 것은 좋지만, 좀 신중하게 당내 논의를 해 보자고 했을 뿐"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나아가 "지금 사드를 배치하면 우리 국민 대다수가 마치 북한의 미사일과 핵을 일거에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조금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며 "사드 그 자체의 성능도 아직 검토 단계에 있는 것이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사드 배치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그는 중국의 '한한령' 등 보복 우려를 들어 "외교적 마찰로 우리가 경제 보복을 받는다고 하면 외교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김정남 피살 사건은 피살 사건대로 충격적이지만, 피살 사건을 사드 논의와 뒤범벅 시키는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며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할 때는 뭘 모르고 정했나? 김정남 피살되고 나서 당론을 뒤집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웃음거리가 된다"고 정면 반박했다. 정 전 장관은 "대선 출마 선언한 분들 중에 정말 사드의 정치학에 대해 몇 시간이나 들여다보고 공부했는지 스스로 고백해 볼 문제"라고 안철수 전 대표까지 겨냥했다. (☞관련 기사 : "김정남 피살됐다고 사드 당론 뒤집으면 웃음거리")

안 전 대표 외의 당내 다른 대선 주자들도 사드 배치에는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당 입당식을 가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SBS 인터뷰에서 "저는 일관되게 원래 사드 반대"라며 "'내 생각 바꿨으니 따르라' 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다. 합의를 통해 정책을 펴는 게 민주주의의 장점"이라고 안 전 대표를 겨냥했다. 손 전 대표는 지난 3일 "사드 배치는 한국을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로 끌어들이려는 시도이며, 동아시아에서 한미일 군사동맹체제를 확립·강화하려는 시도임이 분명하다"며 "반대 입장"이라고 했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 측 관계자도 "사드 관련 입장은 과거와 변화가 없다. 여전히 반대이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의 '당론 재논의' 주장의 계기가 된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사드와) 어떤 직접적 관련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천 전 대표는 지난 9일 성명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이 한반도 평화는 물론 주한미군의 안전에도 사드 배치보다 더 유효한 방안"이라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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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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