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법원 정면 충돌…대법관 인준으로 불똥

트럼프 반이민 행정명령, 법원에서 또 제동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재개해달라는 트럼프 정부의 긴급 요청을 기각했다. 결국 이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의 판결까지 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이 미국 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5일(현지 시각) CNN은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항소법원이 행정명령의 효력을 즉각 원상 회복시켜달라는 법무부의 요청을 기각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법원은 법무부와 행정명령 중단을 요청한 주 정부 측에 각자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3일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법 판사는 위 행정명령을 미국 전역에 걸쳐 잠정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워싱턴 주와 미네소타 주가 제기한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미국 전역에서 효력을 가진다.

이에 법무부는 4일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이와 별도로 행정명령 원상 회복을 긴급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기각 결정이 난 당일 본인의 트럼프 계정을 통해 "판사 한 명이 우리나라(미국)를 이렇게 위험에 빠뜨리는 결정을 했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면서 "만약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그(판사)와 사법 체계를 비판하라"고 반발했다.

그는 "법원이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국토안보부에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매우 주의를 기울여' 체크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 미국 법원의 결정으로 이란과 이라크를 비롯한 7개국 출신 사람들의 미국행 비행기 탑승이 가능해졌다. 사진은 이란 출신의 엔지니어 니마 에나야티 씨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들어 보이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판사에 대한 비난을 퍼부으면서 역정을 내고 있지만, 연방대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갈 경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보수와 진보 성향의 재판관이 4대4인 상황에서 최근 트럼프가 지명한 닐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가 판결의 열쇠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고서치 대법관 지명자 인준은 현재 상원 인준을 앞두고 있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동원해서라도 인준을 막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이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메릭 갈랜드 판사를 무산시킬 때와 같은 방식을 쓰겠다는 계획이다.

필리버스터를 끝내기 위해서는 전체 100명의 상원의원 중 60명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52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으로만은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대법관의 경우 상원의원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고서치 인준에 한정해 '핵 옵션'(nuclear option)을 동원, 의결정족수를 '찬성 60표'에서 '단순 과반'(51표)으로 낮추라고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고서치 대법관이 상원 인준을 통과하더라도, 행정명령이 연방대법원에서 합법화 판결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로 인식돼온 상황에서, 보수 성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반기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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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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