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쑥대밭 만든 트럼프, 더 센 행정명령 낸다

외국인 취업·원정출산 금지에 기존 이민자 추방까지

외국인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외국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인의 비자 발급을 강화하는 추가적인 행정명령을 검토함에 따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월 31일(이하 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지난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의 트위터에 "32만 5000명 중에 오직 109명의 사람들만이 이 행정명령에 의해 억류되거나 입국이 거부됐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발표한 통계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반박했다. 세관국경보호국의 집계에 따르면 31일까지 미국행 비행기 탑승이 거부된 인원은 721명에 달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한 109명의 7배에 가까운 수치다.

특히 이번 행정명령에서 지정한 7개국 출신 이민자 중 고향을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방송 ABC는 아프리카 수단이 고향인 인터페이스 메디컬 센터(Interfaith Medical Center)의 레지던트(전공의) 의사 카말 파들알라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파들알라 씨는 자신의 고향인 수단을 방문한 뒤에 지난 29일 미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었다. 1년 반 만에 고향을 찾은 그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 뒤 공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인해 그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 파들알라 씨는 당시 "비행기표를 들고 있었지만 항공사로부터 탑승이 불가능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 내 인턴, 레지던트, 펠로우 과정 1만 4000명이 가입돼있는 인턴‧레지던트 위원회는 파들알라 씨와 함께 싸워나가겠다며 "이런 행정명령은 비인간적이고 받아들일 수 없으며 지속될 수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에서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P=연합뉴스

외국인 입국 금지 '시즌 2' 준비 중?

이번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미국 안팎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이보다 더 강력하게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월 31일 <워싱턴포스트>는 '외국인 노동자 비자 프로그램 강화를 통한 미국 일자리와 노동자 보호 행정명령'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 초안 문서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해당 행정명령의 초안에 △외국인 입국자‧취업자 심사 강화 △비자 체계 개편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미국 국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이민법을 위반한 외국 국적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회사를 방문 조사하고 취업 허가를 받은 외국 태생 인원이 몇 명인지를 집계해 매년 2회 국토안보부에 보고서를 내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명시됐다.

뿐만 아니라 국토안보부는 미국 시민권 취득을 목적으로 한 원정출산(birth tourism)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이에 대한 보고서 작성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항목도 들어가 있다.

신문은 이 행정명령은 지난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과 목적이 다소 다르다고 지적했다. 당시 행정명령이 '안보와 테러 방지'를 강조했다면, 이 행정명령 초안은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평가다.

이에 이 행정명령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실제 발효될 경우 그 파장은 지난 행정명령과 차원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미국에 많이 진출해있는 중국과 인도 출신의 노동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한국 역시 이 행정명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교민들과 유학생을 중심으로 미국 내 취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국내에서도 미국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지면서 유학이나 해외 취업 등을 재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도움이 필요한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 행정명령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미국) 이민법은 납세자를 보호하고 이민자의 자급자족을 도모하도록 설계됐지만, 미국 시민보다는 외국인 가정이 더 많은 공공 혜택을 받는다"라는 인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이러한 행정명령들이 실제로 발동될 경우 미국행 이민뿐만 아니라 관광과 같은 일반적인 입국도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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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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