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열흘만에, 백악관 VS. 연방정부 '전쟁' 돌입

트럼프, '反이민' 행정명령 변호 않겠다는 법무부 대행에 "넌 해고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 조치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외교관들과 법무부도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 시각) 성명을 통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 결정을 생각했을 때, 신념과 종교를 이유로 개인을 차별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 이후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인 케빈 루이스는 성명에서 "후임자를 존중하는 역대 대통령들의 전통이 있다"면서도 이같은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 항의 시위를 지지한다고 전했다.

미국 연방 정부 내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주요 언론에 따르면 재외 공관에 근무하고 있는 미국 외교관들이 이번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연판장을 회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지난 주말 회람이 시작된 이후 서명한 외교관들이 100명을 넘겼으며, 이들은 현재 초안을 다듬어 국무부에 공식적으로 '반대 문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교관들이 회람하고 있는 반대 문서에는 이번 행정명령이 비(非) 미국적이며, 미국 내에 테러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초안에는 "동맹을 따돌리게 되면서 미국 정부는 테러에 대비하기 위한 소중한 정보와 자원에 대한 접근을 잃게 될 것"이라며 테러리스트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겠다는 행정명령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초안에서 "미국 본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 공격은 이민자가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생한 미국 시민에 의한 것"이라며 "테러리즘에 대한 잘못된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저널>은 주이라크 미국대사관에서 이미 지난 주말 국무부에 별도의 메모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군사적, 정치적, 사업적 유대 관계를 뒤집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관료들의 집단 반발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계 부처와 사전 조율 없이 행정명령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에이피> 통신은 국무부와 법무부, 국토안전부 등 관계 부처들이 언론을 통해 행정명령 발표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국무부로부터 시작된 집단적인 반발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명령을 따르지 못하겠다면 나가라"라고 경고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반발하는 외교관들이 "직업 관료주의자"라며,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행정명령에 반발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과 관련, 정부를 변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에이피>통신은 이날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이 소속 직원들에게 행정명령을 변호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예이츠 대행은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 법무차관으로 임명된 이후 제프 세션스 신임 장관 내정자가 취임할 때까지 장관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예이츠 대행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법원에서 취하는 입장이 정의를 추구하고 옳은 것을 대변해야 하는 법무부의 엄숙한 의무와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내 책임"이라며 "현재로써는 행정명령을 변호하는 것이 이러한 책임과 일치한다는 확신은 물론, 행정명령이 합법적인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행정명령을 변호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 법무부는 행정명령을 방어하는 주장을 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대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제기되면 법무부는 정부를 대리해 소송에 참여하게 된다.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하는 법무부가 변호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이츠 대행을 해고했다. 행정명령을 둘러싸고 백악관과 연방정부가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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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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