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으로 간 '트럼프 反이민'…트럼프 "우리가 이길 것"

법원 결정에 법무부 항소…상급법원이 反이민 행정명령 운명 결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가로막은 법원의 판단에 법무부가 항소로 맞서면서 행정명령의 운명이 법정에서 결정나게 됐다.

미국 법무부는 4일(현지시간) 오후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반이민 행정명령 집행중지 결정에 대해 제9 연방항소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항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미합중국 이름으로 작성됐다.

이들은 항소장에서 반이민 행정명령이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주장했다.

앞서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가능한 한 이른 시일에 법무부가 법원 명령의 효력정지를 긴급 요청해 합법적이고 적절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방항소법원이 얼마나 신속하게 판단을 내릴지는 미지수지만 통상 항소장을 제출한 이후 첫 변론기일이 잡힐 때까지는 한달 가까이 소요된다.

다만 연방항소법원 규정에 따르면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는 단독 판사가 사건을 맡거나 합의부가 사건을 맡더라도 3명의 판사가 전화로 회의를 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방항소법원의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는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에 대한 입국금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 시행이 유보된다.

연방항소법원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면 행정명령의 운명은 대법원으로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법원은 보수 4명, 진보 4명으로 팽팽히 맞선 상태고,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성향의 대법관 닐 고서치는 상원 인준을 남긴 상태다.

이번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의 집행중지 결정이 잠정적인 효력을 지니는 가처분 결정인만큼, 행정명령 자체를 놓고 다투는 위헌 소송의 결과도 아직 남아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법정다툼에서의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적십자사 연례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이길 것이다. 국가의 안전을 위해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트위터 계정을 통해 "판사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나라를 열어줬다"며 "나쁜 사람들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보다 앞서 "미국의 법 집행력을 빼앗아 간 소위 판사라 불리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가 없으며 뒤집힐 것"이라는 글도 게재하며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제임스 로바트 시애틀 연방지방법원 판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은 일제히 로바트 판사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발언을 문제 삼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제임스 로바트 판사에 대한 대통령의 공격은 항상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독립적인 사법부에 대한 업신여김과 헌법에 대한 존중 결여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도나 브라질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도 "그 누구도 법을 초월할 수 없다"며 "국무부과 국토안보부가 대통령이 아니라 법을 따랐으며 이는 미국이 여전히 법치국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무소속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의 헌법과 정체성에 저촉되는 트럼프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중지시킨 법원의 결정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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