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노동자 "죄 지은 사람이 잘사는 현실…염병하네!"

[현장] 35만 모인 '100일 촛불'…"황교안은 공범"

"황교안과 청와대 일당이 특검 영장 집행을 방해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4일 주최한 '14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린 지 99일이 된 날이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만(오후 7시30분현재) 명이 모였다. 10월부터 진행된 촛불집회는 설 연휴를 제외하고는 한주도 거르지 않고 진행됐다.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진행한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로 그친 점을 두고 강한 성토가 쏟아졌다. 압수수색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두고 분노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권영국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법률팀장은 "청와대가 법치주의를 유린했다"고 꼬집었다.

권 팀장은 "법원이 허가한 영장을 황교안과 청와대 일당이 군사상 기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압수수색을 정면으로 거부했다"며 "이것이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권 팀장은 "이는 국민들에 대한 폭거이자 법치주의의 유린"이라며 "황교안과 청와대 일당이 법을 우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한 발 더 나가 "명백한 공무집행방해로써 범죄행위"라며 "청와대는 이제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가 아니고 범죄 소굴로 전락해버렸다"며 "우리 국민이 이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와 황교안은 공범"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의 발언은 수위가 좀더 높았다. 압수수색을 거부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 실장은 "지금 황교안은 박근혜와 최순실을 보호하고 있다"며 "특검에서 보낸 압수수색 협조공문을 거부한 게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우 실장은 "그가 이들 범죄자를 숨기는 이유는 그 역시 범죄자이기 때문"이라며 "박근혜와 황교안은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 애초 대행 자격이 없었다. 황교안이 법무부 장관일 때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부정선거 드러났지만 검찰에 이를 기소하지 말라고 했다. 이 공로와 통합진보당 해산 공로로 '김기춘 아바타'인 국무총리가 됐다. 그런 그가 국무총리에 취임하자마자 한 일이 세월호 4.16 연대 사무실 압수수색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이 국민연금을 털어 삼성물산과 합병한 게 황교안 국무총리 재임 때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시했다. 그런데 황교안이 이를 몰랐을까. 최순실과 박근혜가 재벌들에게 뇌물을 받아 재단을 설립한 시기도 그가 국무총리였을 때였다.

황교안은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할 사람이 아니다. 이 사람은 수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다. 박근혜의 첫 번째 공범이다. 대통령 코스프레 하라고 국민이 그 자리에 둔 게 아니다. 촛불은 박근혜만 물러나라고 한 게 아니다. 박근혜 정권의 모든 악정을 중단하라는 명령이다. 황교안은 지금 당장 사퇴해야 한다. 박근혜는 구속하고 황교안은 당장 수사대상이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박근혜 탄핵, 재벌특권 지배 사회 청산하자는 주권자의 명령"

이날 촛불집회에 앞서 퇴진행동은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사전집회를 진행했다. 사전집회에는 16일간 법원 앞에서 농성을 이어가던 법률가농성단을 비롯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각종 노동자 단체 등 주최 측 추산 1500여 명이 참여했다.

퇴진행동은 성명을 통해 "무노조경영을 내세워 노조파괴를 일삼으면서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을 철저하게 짓밟아온 삼성을 기억해야 한다"며 "천문학적인 비자금으로 정치권에 로비하고 공직자를 매수하면서 그들만의 특권지배를 추구해 온 재벌 삼성, 총수일가의 경영권세습을 위해 온갖 탈법과 불법을 동원하고 박근혜 세력과 결탁한 이재용을 똑바로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러한 기억들은 이제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적폐와 재벌특권사회를 청산하고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여는 국민적 연대의 항쟁으로 타올라야 한다"며 "삼성을 필두로 한 재벌들이 부패한 정치세력과 결탁하여 자신들만의 부를 축적하는 동안 많은 노동자 서민들은 고용불안과 기회불균등으로 고통 받아 왔지 않은가. 바로 지금 국정농단-정경유착의 범죄세력들을 단죄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희망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렇기에 박근혜의 탄핵은 재벌특권이 지배하는 사회를 청산하자는 주권자의 명령"이라며 "박근혜 없는 새로운 민주공화국 건설은 삼성 등 재벌들이 저지른 역사적·사회적 범죄를 철저하고 엄중하게 단죄할 것을 시대적 소명으로 요구한다"고 이재용의 구속은 그 시작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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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이날 촛불집회에는 최순실 씨가 특검에 소환될 때 그에게 "염병하네"라고 일갈했던 청소아주머니가 참석했다. 아래는 발언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최순실 청소부아줌마로 알려진, 염병하네를 외친 사이다 아줌마입니다. 평소 화가 나면 습관처럼 외치던 말인데, 이 말이 이렇게 커질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서 소리쳤는데 여러분들 속을 후련하게 해줬다니 제 스스로 기쁘기도 합니다.

저는 60이 넘었지만 넉넉지 않은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청소일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출근해야 하지만 일할 곳이 있다는 이유로,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감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이 땅에서 자식들이 자라서 가정을 꾸리고 손주들이 커나가는 모습을 보며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게 자랑스러웠고 행복했었습니다.

그렇기에 100만 원 남짓 받는 월급에서도 떳떳이 세금을 냈고, 전혀 아깝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나라꼴이 이게 뭡니까? 죄를 지었으면 반성하고, 사과하고 머리를 숙여야 할 텐데 죄를 진 사람이 더 잘 살고, 큰소리 치고 이게 지금 현실이란 걸 특검 건물을 청소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가 부유해지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그리하여 우리 자식들이 더 잘 살고, 우리 손주들이 행복하게 사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은 세금이나마 기쁘게 내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국민들의 세금이 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한두 사람 배 채우려고 우리가 이리 고생해야 하는 건가요?

ⓒ프레시안(최형락)

너무 억울합니다. 정말 억울한 건 난데… 그리고, 우리 국민인데, 민주주의가 아니다, 억울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외쳤습니다. 나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요즘 특검 검사님들 밤낮으로 너무 수고가 많으십니다. 잘은 모르지만 청와대 압수수색부터 난관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의 정의가 살아날 수 있도록 공명정대한 수사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더 강한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 잘 사는 행복한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특검 검사님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들의 속이 사이다처럼 뻥 뚫리도록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염병하네, 염병하네, 염병하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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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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