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6명의 소년이 유엔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발칵 뒤집힌 유엔은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적발된 사례는 42건이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1월 "유엔에 기존 공식 보고된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공식 보고되지 않은 성 추문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공식 보고된 42건 중 기소된 경우는 1건에 불과하다는 것.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보스니아, 콩고 등 반기문 취임 전의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2011년 아이티의 경우 등 더 최신의 사례들이 많다. 2011년 9월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것은, 아이티에 파견된 '유엔 아이티 안정화 지원단' 소속 군인들이 18세의 아이티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있는 동영상이었다. 이 동영상은 미국 ABC 방송이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그해 7월 아이티 남부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디오에는, 유엔군의 상징인 푸른 베레모를 쓴 군인 4명이 10대 소년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술에 취한 듯 보이는 이들 유엔군은 우루과이에서 파견된 병사들로 알려졌다. 피해자 진료 기록에는, 그가 폭행과 함께 성적으로 학대당한 흔적이 있다고 기록됐다. 우루과이는 즉각 자국 군인 5명에 대한 송환을 요청했으며 "엄격하고 가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환 후 우루과이 정부는 성폭행은 없었으며, 단지 "부적절한 장난"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코트디부아르에 주둔한 유엔군은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2009년 아동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은 코트디부아르 내전의 중심지인 투레플루에 주둔한 아프리카 배냉 출신 평화유지군이 음식이나 잠자리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성년자와 정기적으로 성관계를 가졌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미셸 보나르도 유엔 대변인은 2011년 8월말 코트디부아르 사례에 대해 '성매매 및 성적 학대와 관련 배냉 출신 평화유지군 16명이 본국으로 송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2007년 12월 스리랑카에서 100명의 유엔군이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적 학대를 저지르는가 하면, 같은해 아이티에서는 10~16세 아이들을 상대로 음식이나 고작 75센트가량의 푼돈을 지급하면서 성 매수를 일삼은 유엔군의 사례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군에 의한 성매매가 문제가 되는 것은, 성 매수 대상이 되는 이들이 의식주 등 생존의 기초적인 면에서 곤경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자연 재해나 내전 등으로 인해 생활 기반이 파괴된 상태에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유엔이 파견한 이들이 접근해 성 매수를 시도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유엔군에 의한 성매매 사례를 보면, 성매매의 대가는 겨우 몇 달러의 푼돈(아이티는 0.75달러,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4달러가량)이거나, 더 비참하게는 음식, 안전한 잠자리 등이었다. 때문에 국제기구나 외신 등은 '성적 착취 및 학대(sexual exploitation and abuse. SEA)'라는 약어를 쓰기도 한다.
유엔 행동규율과(CDU, conduct and discipline unit) 통계에 따르면, 유엔이 파견한 군인에 의한 SEA 사례는 2011년 40건, 2012년 19건, 2013년 37건, 2014년 25건이 보고됐다. 2015년에는 38건, 2016년에는 64건이었다. 즉 최근 3년간의 추세는 증가세다. 반 전 총장 취임 이후부터 보면, 2007년 56건, 2008년 49건, 2009년 55건, 2010년 38건 등 전체 추세 자체는 들쭉날쭉하다.
물론 반 전 총장이 이 문제에 대해 아무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다. 그는 2015년 8월 13일 안보리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문제 협의체 연설에서 공개적으로 SEA를 "우리 조직의 암적인 문제"라고 비난하고, 사건에 연관된 군인들의 소속 국가를 공개하고 불명예를 주겠다고 말했다. "성 범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 실패하는 것은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다"는 강한 촉구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이후 SEA 사건 수가 오히려 늘어난 데서 보이듯,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반 전 총장의 직접적 잘못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다만 언론 등을 통해 수차례 문제제기가 됐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었던 점은 그의 '리더십'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크든 작든 유엔군의 추문은 곧바로 유엔의 명성과 신뢰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그리고 이런 경우, 유엔 조직원들의 잘못으로 인해 그 유엔 수장이 비난받는 것은 억울할 일이 아니라 합당한 일이다.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의 공과(功過)' 시리즈로 이어집니다. (☞시리즈 목록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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