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 의혹이었다. 12일 열린 헌법재판의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영선 청와대 제2부속실 행정관 이야기다.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업무를 수행하고 '보안손님'을 청와대로 안내하는 인물이다. 윤 행정관과 함께 '세월호 7시간'의 키를 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영선 행정관은 이날 대부분 질문을 두고 '잘 알지 못한다', '보안상 말할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면서도 '세월호 7시간', '의상비 대납' 등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공격 받는 부분을 두고는 자신의 검찰 진술까지도 번복하면서까지 적극 해명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앞서 증인으로 출석한 윤전추 행정관의 진술과 이 행정관의 진술은 거의 100% 흡사했다. (☞ 관련기사 바로가기 : 윤전추 "옷값 朴이 봉투로 줘"…고영태 증언과 정면 배치)
"최순실, 수십 차례 만났다"
이날 국회 탄핵소추 위원은 이영선 행정관에게 최순실 씨를 청와대에 몇 번 정도 데려왔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소추위원이 "실질적으로 청와대 업무를 하면서 한 달에 몇 차례 최순실을 청와대로 들여 보냈느냐"고 묻자 "출입 관련해서는 보안상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자 탄핵소추 위원은 "청와대 조리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주 최순실이 청와대에 방문해서 정호성 등과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고 "또한, 2013년 4월~7월에 증인의 휴대전화에서 (최순실이 출입하는 정황이 담긴) 문자가 13회에 걸쳐 나왔다"며 "결국, 1주일에 한 번꼴로 (최순실이) 청와대에 방문한 게 아닌가"라고 세세한 근거를 제시하며 이 행정관을 추궁했다.
하지만 이 행정관은 "추정에는 답변하기 적절하지 않다"며 "말하기 곤란하다"고 재차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이 행정관은 최순실 씨를 박 대통령이 당선된 2012년 말께 대통령의 옷을 만들어주는 의상실에 갔다가 처음으로 만났고 2016년 초 의상실 근처에 본 게 마지막이라고 진술했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 씨를 처음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며 박 대통령과의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의상이 아닌 일로 최 씨를 본 적은 없으며 최 씨를 자기가 운전하는 차에 태운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출입은 '모르쇠', 박 대통령 의상비는 적극 해명
이렇듯 최순실 씨 관련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던 이 행정관이 박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이 있는 '의상비 논란' 관련해서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의상 관련 탄핵소추 위원이 "몇 번이나 대통령의 옷을 찾아왔나"라고 묻자 이 행정관은 "10번보단 많았던 듯하다"면서 자신이 직접 의상비를 전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탄핵소추 위원이 "언제쯤 누가 뭐라고 하면서 의상비를 전달하라고 했는가"라고 묻자 이 행정관은 "대통령이 (의상비를) 줬고, 돈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류 봉투에 넣어서 주었고, 만졌을 때 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류 봉투 형태 관련해서도 "노란 봉투로 반쯤 접혀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진술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위원은 이러한 이 행정관의 진술이 허위진술이라고 날을 세웠다. 검찰 진술과 상반된 진술이라는 것. 탄핵소추 위원은 "허위진술 하라고 시간을 준 게 아니다"라며 "검찰에서 증인은 의상실 존재를 윤전추와 자기만 알고 있고 증인은 의상비를 대납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탄핵소추 위원은 "검찰 진술 내용대로라면 증인은 지금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영선 행정관은 "당시 집을 압수수색 당한 뒤,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면서 "너무나 경황이 없고 긴장돼서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아 (그렇게) 진술했다"고 검찰 진술 내용을 부인했다.
"최순실 출입이 국가안보와 무슨 관련이 있나"
이 행정관이 검찰 진술을 번복하면서까지 대통령이 직접 의상비를 줬다고 진술하는 이유는 현재 이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당시 청문회에 출석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방과 옷 100여벌을 만들어주고 그 비용을 모두 최순실 씨에게 현금으로 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러한 진술은 곧바로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로 연결됐다. '비선 실세' 최 씨의 편의를 박 대통령이 봐주면서 그 대가로 옷값을 받았다는 도식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안에 따라 상반된 진술이 이어지자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나섰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은 "경호법에 규정돼 있는 비밀보안유지 의무는 국가안보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라며 "(최순실 관련) 이 사안은 탄핵사유와 관련해서 따지는 것이기에 국가안보 등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지금 증인의 태도는 무조건 증언을 안 하겠다는 것처럼 보인다"며 "중대한 국익에 위배된다고 이야기한다면 별도로 생각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가급적 진술해 달라"고 요구했다.
강일원 재판관도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 몇 번 출입했느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청구인(대통령)이 의상비 관련 돈 봉투를 전달하라고 한 내용은 진술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외부에 돈을 줬다는 사실이 최순실 출입건 보다 더 큰 기밀인 듯 한데 그건 이야기하고 출입건은 이야기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