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오바마, 트럼프 공약 겨냥 '대못 박기'

환경단체 "역사적 승리" 환영…트럼프 '난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극해와 대서양의 미국 해역에서 석유와 가스 시추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환경오염 방지 목적이라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인데, 결과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에너지 개발과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현지 시각) 백악관은 "미국이 관할하고 있는 북극해와 대서양의 일부 지역에 원유 및 가스 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령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53년 제정된 'OCSLA(외부 대륙붕 법안)'을 근거로 이번 조치를 취했으며, 영구적인 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이 근거로 한 해당 법안에는 아직 거래가 이뤄지지 않은 대륙붕에 대해 대통령이 판매 및 임대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또 이 법안은 한번 결정이 이뤄질 경우 번복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다.

백악관은 "이후 대통령이 이를 철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앞으로 의회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의회에서 법안을 변경하는 것 외에 이번 행정명령을 바꾸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미국 현지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추구했던 환경 보호 관련 정책의 '최종판'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비록 행정명령의 수준이지만, 영구적인 개발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은 이후 대통령에게도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알래스카의 브리스톨만에 대해 'OCSLA' 법안을 지뱅한 바 있고 지난해 알래스카의 북극 해역도 보호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1억 2500만 에이커를 지켰다"면서 이번 조치가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환경 보호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환경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 '자연자원보호위원회(NRDC, 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는 이번 조치가 "북극과 대서양 바다, 해양 생물과 해안 마을들을 지킨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원유와 가스 시추 등의 분야에 투자를 확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트럼프 당선자로서는 곤란한 상황이 됐다. 그는 대선 기간 중 천연가스와 석유, 석탄 생산과 관련, 50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미개발 자원'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공언하기도 했다.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과 에너지 기업들도 반발하고 있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본인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또 다른 권력 남용"이라며 "다행인 것은 이것은 정확히 (트럼프가 취임할 예정인) 한 달 뒤에 바뀔 것이라는 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오바마의 펜과 전화를 치워라"라는 해시태그를 걸기도 했다.

미국 석유협회인 '에이피아이 (American Petroleum Institute)'의 에릭 밀리토 이사 역시 "정부의 이번 결정은 의회의 의사,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생겨날 수 있는 좋은 일자리 기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밀리토 이사는 "우리나라의 방위는 미국 내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해내는 데 달려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우리를 잘못된 길로 들어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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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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