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생존 프로젝트' 1차 관문 통과…'웃음꽃'

이정현 등 지도부 전격 사퇴 선언…유승민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다"

친박 '생존 프로젝트'가 첫 번째 관문을 넘겼다. '친박당' 숫자는 16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정우택 의원에게 표를 던진 62명.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소멸됐으나, 물리적으로 연명하게 됐다.

정 원내대표의 탄생이 가능했던 이유는 딱 하나, 차기 총선까지 국회의원 임기가 3년 이상 남았다는 점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진영의 분열은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대선에서 보수 진영이 패하더라도 이들은 '원내 교섭단체'라는 든든한 보호막을 갖게 됐다. 표결이 끝난 후 이정현 대표의 얼굴에 화색이 돈 이유다.

적전 분열의 방아쇠를 당긴 후 이들은 '정치 보복'을 피하게 됐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비박 진영의 이탈은 이제 시간 문제일 뿐이며, 보수 진영 전열 정비는 물 건너 갔다. 대선을 팽개치고 생존을 택했다.

나경원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밀었던 새누리당 비주류는 16일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자 침통한 분위기에 빠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당 지지율이 15%로 내려앉았고 회복 기미도 없는 상황이지만, 친박계가 또다시 당권의 한 축인 원내지도부를 접수하자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비주류가 친박계의 '박 대통령 충성 엄호' 몽니를 견제할 만한 충분한 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한 것과 다름없다. 새누리당의 미래는 '비주류 집단 탈당에 따른 분당' 쪽으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비주류는 당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전날 별도의 입장문을 내며 나 의원 지원에 앞장섰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해보겠다"면서 정우택 의원 당선을 "저로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탈당 여부를 취재진이 묻자 "나중에 답하겠다"고만 했다.
▲ 새누리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왼쪽)와 이정현 대표가 16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개표를 지켜보며 대화를 나누다 웃고 있다. ⓒ연합뉴스
비주류는 다만 '2차전' 격인 내주 비대위원장 선출 일정을 한 번 더 노려볼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대표와 현직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이날 일괄 사퇴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비상한 시국에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가 새롭게 출범한 만큼 모든 것을 정우택 체제로 바꾸어서 새누리당이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길 염원한다"고 했다.

줄곧 21일 사퇴 방침을 고수해오던 이 대표의 전격적인 사퇴 선언으로, 정 원내대표는 내주 비대위원장 선출 시까지 당 대표 권한 대행 역할도 하게 됐다.

만약 내주 전국위원회에서 당 운용을 책임질 차기 지도부가 비주류 인사로 구성된다면 분당 압력은 다소 낮아질 수는 있다. 정 원내대표는 선출된 후 기자들을 만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주류가 추천하는 인사가 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의 이 같은 공약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당 안팎에선 친박계가 비대위원장 후보를 복수로 골라놓고, 그 중 누구를 내주 열릴 전국위원회 의결 대상으로 올릴지 저울질 중이라는 이야기가 분분하다.

친박계로선 비대위를 비주류 쪽에 내주는 순간 박 대통령 탈당과 친박계를 겨냥한 '인적 청산'이라는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을 마주하게 된다.

게다가 박 대통령 탄핵은 "해당 행위" "분파 행위"라고 지적할 만큼, 탄핵 소추안 의결 당시 집단적으로 찬성표를 던진 비주류에 빈정도 많이 상한 상태다.

친박계는 새누리당이 지난 4.13 총선에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비박 학살 공천'과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놀음 등이 여론의 빈축을 사며 대패한 후에도, 비대위 및 혁신위를 장악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비대위 구성 때도 친박계가 계파 내 인물을 내부 인선하고 전국위 의결까지 판세가 이어진다면, 비박계의 집단 탈당은 불가피하다.

박 대통령 탄핵 의결 전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은 "공당이 아닌 사당일 뿐"이라며 "새누리당은 생명을 다했고 정치적, 법적으로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박도 더는 좌고우면하지 마라"면서 "이미 버림받은 손바닥만 한 기득권 안에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깨닫고 행동하라"고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진행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은 119명 투표자 중 62명의 표를 얻어 나경원(55표) 의원을 제치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9일 치러진 박 대통령 탄핵 소추안 의결 당시 '탄핵 반대' 표를 던진 의원은 56명이었고 그 외 7개의 무효표와 2개의 기권표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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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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