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주류 "탄핵 1주일만 늦추자"…9일 표결 예상

비상시국회의 "여야 하야 로드맵 논의 후 불발 시 탄핵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가 국정 이양 방안을 만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내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내달 9일을 사실상 여야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지목하고 협의 불발 시 야당의 탄핵 일정을 거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비상시국회의에서 대변인 역할을 하는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후 의원 총회 도중 기자들을 만나 "여야 합의로 정치권이 이 난국을 풀 해법 합의점에 도달하길 최대한 요청한다. 그러나 도달하지 않는다고 해서 탄핵 일정 자체를 연기하거나 거부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비상시국회의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국회에서 개헌을 포함해 퇴진 로드맵을 여야가 논의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제안을 깡그리 무시하지는 않되, 야3당과 탄핵을 계속 추진할 의지는 여전함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과 상관없이 내달 2일 탄핵 소추안 표결을 목표로 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상시국회의의 이 같은 공식 의견과 별개로 새누리당 내 비주류 의원들 중 일부가 박 대통령의 담화 내용과 친박계 측의 '탄핵 불필요' 주장에 영향을 받아 탄핵 찬성 대오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여전해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상시국회의가 이날 내놓은 탄핵 관련 입장이 '9일까지 불발 시 야당과 탄핵을 추진한다'가 아니라 '야당의 일정을 거부하지 않겠다'여서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에는 탄핵 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을 빠르게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즉각 탄핵에서 한발 물러섰다'는 해석을 낳았다.

황영철 의원은 담화 직후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비박 의원들의) 입장이 굉장히 엇갈리고 있다"고 밝혔었고, 선도적으로 탄핵 추진을 주장해 왔던 김무성 전 대표도 비주류 의원 30여 명과 긴급 회동을 하였을 뿐 박 대통령의 담화에 대한 짧은 논평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의원은 "국회에서 일단 여야가 논의를 해보되 합의가 안 되면 결국 헌법적 절차는 탄핵밖에 없다"며 정진석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탄핵 일정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 되기 때문에 불가능한 얘기"라는 입장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이 이미 '예정대로 탄핵 추진' 의견을 밝힌 상황에서 나온 입장이라, 유 의원이 '탄핵 불가피'를 에둘러 주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비상시국회의 측 공식 입장은 이 같은 유 의원 의견에 '9일까지 논의한다'는 구체성을 더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은 내달 2일은 여야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으로 너무 짧다고 본다"며 "적어도 여야 대표가 만나 국민이 바라는 조기 퇴진 일정과 관련해 최대한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고 해서 탄핵이 미뤄지거나 거부되어선 안 된다고 본다"며 여야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해서 탄핵 일정 자체를 (9일 이후로) 연기하거나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여야 협상에 나설 새누리당 측 주체는 비주류와 입장을 달리해 온 정진석 원내대표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비주류의 이 같은 '입장 정리'는 당장 청와대와 친박계의 주장을 일부 수용하는 척 하며 탄핵을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담화 직후 '탄핵 일정 원점 재검토'와 '개헌 특위 구성을 통한 분권형 개헌 추진'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런 정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상에 나서려 할 경우 여야 간 협상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다만 탄핵 시계를 일주일 늦추는 사이 현재까지 40여 명가량인 것으로 알려진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표' 수에도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2일 진행될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 처리 결과와 당내 분위기 변화에 따라 비주류 일부가 탄핵 대오에서 이탈할 수도, 친박계 일부가 탄핵 찬성 쪽으로 기울 수도 있어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반에 시작된 새누리당 의원총회는 취재진에 회의장소를 비공개한 채로 오후 7시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의총 후에는 비주류들이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추가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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