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11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세계일보사 사장에서 물러난 조한규 전 사장은 17일 교통방송(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씨가 전방위로 개입한 게 드러났는데, 공천에는 개입을 안 했을까?'라는 질문을 받고 "개입했다. 제가 그 당시(2014년)에 그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는 2012년 19대 총선 공천 때의 이야기다.
조 전 사장은 "당시 충청권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던 국회의원 후보자가 새누리당 공천을 받기 위해서 백방으로 노력을 했다"며 "그 때는 비대위원장을 박근혜 대통령이 맡고 있을 당시였는데, '3인방'이니 공천심사위원장이니 이런 사람들을 만나 봐도 실제 권한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가 이야기하기를 '최순실을 만나 보라'고 해서 자기가 봉투를 들고 신사동으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이 예비후보자가 최순실을) 이력서 들고 만났는데, 최 씨가 경력을 죽 보더니 '이런 경력 가지고 국회의원 하려고 하느냐'고 핀잔을 주더라는 것이다"라며 그는 "그러면서 (최 씨가) 쓱 봉투 안 액수를 한 번 보고, 액수가 좀 적었던지 쓱 (다시) 내밀면서 '선약이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은 결국 공천 못 받고 무소속으로 나와서 떨어졌다"고 말했다.
다른 사례도 있었다. 조 전 사장은 "누구라고 하면 다 아는 사람, 유명한 사람인 탈북 여성을 정부 기관에서 여성 비례대표로 추천했다"며 "그래서 다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탈락됐다. 전직 정보기관 사람 이야기가 '최순실이 탈락시켰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또 있었다. "직능단체에 소속된 단체장이었는데, 그런 사람들이 다 비례대표(예비후보)로 갔다. 갔더니 좀 뭐 심한 막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영남 지역이나 서울 강남권, 비례대표 등 새누리당 몫으로 생각하는 지역에 관해서는 일부 공천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지난번 20대 총선 때에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다 공천을 했지만,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원인 공천 아니냐. 제가 만약에 이번 4.13 총선 당시도 (세계일보사) 사장을 했다면 20대 총선에 관한 것도 제보가 들어왔을 것"이라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조 전 사장의 폭로는, 19·20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비박계 인사 등 새누리당 내부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19대 총선 공천은 이른바 '비박 학살' 공천으로 불렸고, 20대 총선에서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된 이들이 불이익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태 이후 친박계인 이정현 지도부와 비박계의 불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비박계에서는 '탈당'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는 소리마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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