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 불거졌다. 하태경 의원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관련 증인 채택을 막아선 것은 당 지도부의 실책이었다는 취지로 비판하자, 친박계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지금 지난 문제를 들춰내는 게 중요하냐"며 고성으로 맞받았다. 역시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하 의원의 비판에 대해 "누가 뭘 막았다는 말이냐"며 "그러면 (원내수석으로 증인채택 등을 조율한) 내 책임이니까 내가 그만두겠다"고 언성을 높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비주류의 당직 사퇴도 줄을 잇고 있다. 앞서 김종석 의원이 당 부설 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직을, 김현아 의원이 대변인직을, 오신환 의원이 홍보본부장직을 사임한 데 이어, 이날은 비박계 중진인 나경원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진석 원내대표도 자신이 이 대표에게 "우리가 동반 사퇴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정진석 "예산·거국내각 되면 원내대표 사퇴")
나 의원은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인재영입위원장직을 사퇴하기로 하고 이정현 대표에게 그 의사를 전달했다"며 "당이 곪아터진 환부를 도려내고 깨끗한 중도 보수 가치의 구심점으로 다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이제 '강성 진박'이 후퇴할 때"라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지도부 사퇴를 촉구한다"며 "현 지도부가 구성한 당직에 대한 사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
나 의원과 오 의원 등은 모두 현재의 '이정현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당내 집단행동에 참여하고 있다. 나 의원은 전날 심재철·권성동·김세연·김용태·김성태·이학재 의원 등 비박계 의원 15명과 함께 '구당모임'이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했다. '구당모임'은 "이번 주 안에 당 지도부 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별도 당 운영체제를 마련하겠다"며 자신들을 "임시 내각", "망명 정부"에 비겼다. 일각에서는 탈당을 전제로 한 '별도 교섭단체 구성'설(說)까지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들도 부인하고 있다.
오 의원과 하 의원 등은 '최순실 사태 진상 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에 참여하고 있다. 진정모는 초재선 의원 중심의 20여 명이 모인 집단으로, 이날 오전 회동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를 재확인하고 비대위 체제 전환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날 오전 회동에서는 분당(分黨)까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도 강경, 이정현 "나는 책임 대표"…박사모, 19일 대규모 집회
그러나 현 지도부 등 친박계는 이런 요구를 수용할 분위기가 아니다. 오히려 강하게 맞받고 있다. 전날 김무성 전 대표가 "헌법 수호자인 대통령이 헌법을 훼손하며 국정을 운영했다"고 비판하며 대통령 탈당을 요구한 데 대해(☞관련 기사 : 김무성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헌법 정신"), 친박계 이장우 최고위원과 정우택 의원 등이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 "야당 공세에 부화뇌동" 등 맹비난을 퍼부은 장면은 상징적이다.
이날 이정현 대표는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표직 '사퇴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만 '책임 총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당에도 '책임 대표'가 필요하다"며 "가장 달아나고 싶고, 숨고 싶고, 편하고(편해지고) 싶은 것은 나지만 내가 책임감이 약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요구한 '박근혜 대통령 탈당' 문제에 대해서도 "저는 반대"라며 "대통령 당적 문제는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당적과 상관 없이) 거국 내각을 할 수 있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나라에서 총리들이 다 (당적을 유지한 채로)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과 관련해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내각 통할권을 행사하는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이해해 달라"고 강하게 옹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박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는 인터넷 카페 긴급 공지를 통해 '총동원령'을 내려 오는 19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밝혔다. 박사모와 '엄마부대' 등 주로 우익 성향 사회단체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이 집회는 처음 서울역 앞에서 열렸다가, 광화문 교보문고 앞까지 행진해 온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공지에서 "박사모는 한 분도 빠짐없이 집회에 참여해 달라"며 "전국의 간부들은 버스 예약 등 모든 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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