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결과적으로 사람이 중태에 빠졌는데 사과해야 하지 않느냐'는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의 질의에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법률 책임이 명확해야지, 결과만 갖고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거부했다.
"경찰청장이라는 지위 때문에 사과를 못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질의에는 "지위 때문에 사과 못하는 게 아니다. 제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것이 경찰 잘못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사과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경찰이 (다친 것은) '불법 폭력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안타까운 상황으로 보는 반면, 경찰은 '살인 미수 혐의'로 고발당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공식적인 법적인 사과는 민.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에 따라서 경찰 총수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직사 살수'를 해놓고도, '곡사 살수'를 했다고 거짓 보고한 점이 추가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경찰청으로 제출받아 공개한 '충남 9호 살수차 사용보고서'를 보면, 경찰은 사고 당일 "5차례 경고 살수, 곡사 살수, 직사 살수"를 했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당일 CCTV를 보면,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쏜 '충남 9호 살수차'는 처음부터 7차례 '직사 살수'했다.
박남춘 의원이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경찰이 버젓이 거짓말을 하는데, 이래도 책임이 없느냐"고 따져 묻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말씀하신 살수 회수나 여러 가지 정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그날 상황이 모두 생중계되는 상황이었다. 경찰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고, 할 수도 없다. 경미한 숫자 선택은 보는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그런 걸로 경찰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맞받았다.
경찰은 살수차 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찰이 사고 당일 백남이 농민의 머리를 겨냥해 직사한 것은 '살수차 지침 위반'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부정한 것이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집회나 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집회나 시위가 왜 생긴다고 생각하느냐'는 이용호 의원의 질문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법적인 구제 절차나 제도적인 의사 표현 절차가 완비돼 있는데도, 그에 응하지 않고 폭력이나 위력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있기에 아직까지 남아 있다"고 답했다.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농민 참가자는 대부분 '쌀값' 때문에 농촌에서 올라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는 지적에는 "갈등은 합법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불법 폭력 시위로 해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격 시위는 오늘날 적절하지 못하다"고 답해 오히려 농민들을 비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경찰의 '과잉 진압'에 초점을 맞췄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집회 참가자의 '폭력성'을 부각했다.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이 "시위대가 흉기에 가까운 시위 용품을 휴대했지 않느냐"고 묻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그렇다. 사전에 두건 1만2000개를 사서 돌려서 사용하는 등 불법 시위 용품 다수를 준비했다"고 맞장구쳤다. "차벽이 흉기인가?"라는 질문에는 "차벽은 맨몸으로 시위대에 맞닥뜨린 경찰을 지켜줄 최후의 방어 무기"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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