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는 1일 오전부터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오전에는 여야 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청문회가 정회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에 열린 정기국회 개원식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이 한 개원사에 새누리당이 극렬히 반발하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관련 기사 : 새누리, 초유의 보이콧…우병우 때문에 추경 포기?)
이에 따라 오후 청문회는 여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위원들만 참석한 상태에서 재개됐다. 재개 시각은 개원식이 끝난 지 30여 분 후인 3시 45분경이었다. 농해수위 관계자는 "김영춘 위원장이 여당 간사인 김태흠 의원에게 전화를 해서 '지금 시작한다'고 통보했고, 여당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날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조윤선 문화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새누리당이 추경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데 대해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의 사과를 요구하다가 청문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결국 여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청문회가 열렸었다. 지난 2000년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여당 단독'이 아닌 '야당 단독' 청문회는 이때가 사상 처음이었다. 두 번째 사례가 바로 다음날 나온 셈이다.
오후 청문회 속개가 선언됐을 때,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과 무소속 안상수 의원은 질의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김 위원장은 홍 의원과 안 의원의 질의를 건너 뛰고, 참석한 야당 위원들의 본질의와 추가 질의(2번째 질문 기회) 순으로 청문회를 진행했다.
김재수 청문회 쟁점은? 부동산 특혜, 노모 '차상위계층' 의료보험 등
앞서 야당은 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거론하며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던 상태였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께서 김 후보자 지명을 취소하라는 말씀을 드린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렇게 부도덕한 사람이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었다. 더불어민주당도 전날 이재정 원내대변인 논평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부동산 특혜 의혹을 통해, 장관은 고사하고 일반직 공무원 자격으로도 미달임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에서 야당 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및 특혜 대출 의혹을 중점적으로 도마에 올렸다. 더민주 박완주 의원은 김 후보자의 경기 용인 88평 아파트 구입에 대해 "왜 이 아파트가 필요했나"라며 "거주 목적이냐, 아니면 투자이냐, 자녀를 위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전부 다다. 경기 과천의 38평 아파트에 살다가 아이들이 다 컸으니 좀더 큰 데로 가야겠다 해서 간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가 이 88평 아파트를 구입한 과정에도 의혹 제기가 이어졌다. 더민주 김한정 의원은 "(아파트를) 분양가보다 2억 원 이상 싸게 샀고, 매입금의 98%는 농협에서 금리 1.4∼1.8%로 대출받았다"며 "당시 평균 시중 대출 금리는 8%였다"고 '특혜 대출'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김현권 의원도 "제가 최근에 대출을 내 봤는데 국회의원 신분인데 이자가 4.76%였다"며 "후보자는 1.39%에 가산금리 0.5%를 받았는데, 0.5% 가산금리는 전체 대출자의 0.1%"라고 가세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금리 부분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은행 창구에서 정해주는 대로 대부를 했고, 특혜가 있을 수 없다. 제가 금리를 낮춰 달라고 부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해명했지만, 김현권 의원이 "그걸 특혜라고 생각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재차 지적하자 "국민 눈높이로 봤을 때는 특혜를 받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아파트 구입 경위에 대해서는 "2004년에 살던 아파트 전세값이 올라가서 '이 정도를 올려 주려면 은행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느니 (전세가 아니라) 사서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빈 아파트를 사서 들어갔다"고 김 후보자는 설명했다. 그는 구입 가액에 대해서는 "74평에 매매가가 6억7000만 원"이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7년간 거주했던 93평짜리 대형 아파트의 전세가가 불과 1억9000만 원이었던 것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한정 의원은 "93평에 7년간 1억9000만 원 전세금을 내고 거주했다. 국민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당시 용인 지역에 미분양이 많아서 7~8년간 전세값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해명하면서 "용인·수지가 난개발 지역의 대명사 아니냐.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낮은 가격이었다가 최근에 올라가는 상황이어서 국민들이 수지 지역 상황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처럼 전세를 싸게 들어온 사람들 때문에, 원래 가격에 들어오신 분들이 반상회에서 항의도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93평이라는 넓은 평수의 아파트에 살았던 것에 대해서는 "국민 눈높이로 보면 대단히 부정적으로 비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 5월부터 김재수 검증"
김 후보자의 팔순 노모가 지난 5월까지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였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김철민 의원은 김 후보자가 고위공무원이었고 대형 아파트를 매매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는데 노모가 차상위 계층이었다면 부정 수급이거나 부모 부양을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취지로 후보자를 몰아붙였다.
김 후보자는 이에 대해 "행정기관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은 것 같다"며 "2006년까지 동생의 직장 의료보험에 (어머니가) 올라가 있었는데, 제가 해외 근무로 나갔다 오니 독립(생계)으로 돼 있었다. 저도 동생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잘못된 상황이고 도덕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행정기관에서 안 걸러진 게 의아스럽다"며 "제가 장남으로서 모든 책임을 지고 (부양)하고 있는데 참 송구하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후보자 모친의 의료보험 건과 관련, 불똥이 청와대 인사 검증으로 튀기도 했다. 김현권 의원은 "노모 의료보험이 정리된 것이 지난 5월 17일인 것을 보면 5월 16일 이전에 청와대가 검증을 시작했는데, 3달 동안 검증이 너무 안 됐다"며 "이것을 보면 현 정부의 청와대 검증 과정이 너무 부실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김 후보자가 차기 농식품부 장관으로 물망에 오르던 것이 지난 5월부터였음은 김 후보자 본인도 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시인했다. 그는 김 의원이 "수십 년 공직 생활을 했는데, 여태 (의료보험 문제가) 안 걸러지다가 이번 5월에 어떻게 갑자기 걸러졌느냐"고 묻자 "검증 기관에서 이런 부분이 이상하다고 연락이 왔다"고 답했다.
김 의원이 "검증 기관이 어디냐"고 되묻자 김 후보자는 "청와대하고, 일상적 (검증) 기관"이라고 했다가 "청와대에서 연락이 온 것은 아니고 수시로 자료 요구도 하고 전화도 했다. (장관 후보자로 거명된) 여러 사람 중에 제가 있다는 정도만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는 "지금 언론에 검증되는 부분은 사전에 체크가 다 된 부분"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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