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4일 오전 이정현 대표 주재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비박 단일 후보'로 이 대표와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주호영 의원(4선, 대구 수성을)은 작심한 듯 "언론 1면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우병우 수석 문제는 '이기고도 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주 의원은 "피로스의 승리,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지 않으냐"며 "당이 민심을 생각해서 정리를 하고 있는지 걱정이 많이 앞선다. 내년에 선거가 많이 있는데, 국민만 보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일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피로스의 승리'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에피로스의 왕 피로스와 로마 사이의 전쟁에서 유래한 고사다. 희대의 전술가인 피로스는 로마와의 전투를 치를 때마다 승리했지만, 아군의 누적된 희생으로 결국 로마 침공을 포기하고 이탈리아 반도를 떠나야 했다.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대표 사례다.
주 의원은 이어 "살불살조(殺佛殺祖)"라는 중국 선불교의 고사를 인용하며 "부처로부터, 조사(祖師)로부터 배우지만 (그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지도부가 심각하게 숙고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살불살조'는 고대 중국 당나라의 선승 임제 선사가 남긴 말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로 번역된다. 불경이나 고승의 가르침에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교조적 태도를 경계하는 화두다.
나경원 의원(4선, 서울 동작을)도 지도부 비판에 가세했다. 나 의원은 "이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말씀드린다"며 "당이 질서 있게 움직이는 것도 좋을 수 있지만,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 내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 또한 당의 역할"이라고 했다. 우 수석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으려 하는 이정현 지도부에 대한 우회 비판으로 읽힌다.
나 의원은 "제가 지난 주에 (이 대표에게) '용기 있고 정의로운 대표가 되어 달라'고 말했는데, 좀더 당의 다양한 목소리가 표출됐으면 한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 일련의 인사와 관련된 여러 얘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도 듣고만 있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많은 분들이 청와대에 쓴소리를 하라고 말씀하는데,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우리 여당은 여당의 역할이 있고, 야당은 야당의 역할이 있다"고 반박에 나섰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이 정부를 구성한 만큼, 정권을 만든 공동 책임이 있다"며 "정부와 공동 책임 의식으로 협조·공조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 의원의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의원들의 의사 개진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방송에 출연하거나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할 때 누구도 제재를 가하거나 제약하지 않는다. 회의장에서도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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