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3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안의 진상을 신속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윤갑근 대구고검장을 수사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수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특별수사팀은 검찰총장에게 직속 보고를 하게 된다. 검찰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등에 사건을 맡기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수사 결과에 대한 신뢰 확보와 철저한 의혹 규명을 위해 별도 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우병우 수석의 아들 병역 비리 의혹과 △우 수석 처가 가족 기업의 비리 혐의 등 우 수석과 관련해 수사 의뢰된 2건의 사건과,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에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펼치게 된다.
현직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수사를 받는 것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수사를 받는 것도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하물며 이 둘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같은 수사팀이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전례 없는 일이라는 표현만으로는 모자랄 지경이다.
특별수사팀 이끌 윤갑근은 누구?
이런 가운데 사실상 '검찰총장 직속 부대'를 이끌 윤갑근 신임 수사팀장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팀장은 현직 대구고검장으로, 사시 29회(사법연수원 19기) 출신이다. 수사 대상이 된 우병우 수석과는 사시-연수원 동기다. 성균관대 법대 출신인 윤 팀장은 황교안 국무총리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윤 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장(2008), 3차장(2011~12), 1차장(2013)을 지낸 특수통이다. 2013년에는 대검 강력부장을 지냈고, 2015년에는 대검 중수부가 없어지며 특수 수사를 담당할 조직으로 신설된 '반부패부' 부장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13일 국회 개원식 연설에서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말한 것처럼, 검사는 어떤 사건을 수사했는지가 바로 그의 이력서가 된다. 윤 팀장의 '발자취'는 화려하다.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있을 때인 2015년, 그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정부·여당 유력 인사들은 모두 무혐의 처리(허태열, 홍문종, 유정복, 서병수, 이병기)되거나 '공소권 없음' 처분(김기춘)됐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총리 2명만 기소됐다.
2014년 강력부장일 때에는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인 '유우성 사건'의 진상조사팀장을 맡았다. 국정원 직원들은 모두 3년 미만의 징역형을 받거나 일부는 실형을 면했고, 피해자인 유 씨는 수사·재판 결과에 불만을 표시했다. 같은해 이른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수사 당시에 그는 강력부장이면서 반부패부 부장 대리를 맡고 있었다. 대검 반부패부는 전국의 특수수사 사건을 총괄한다. 공식 보고 라인은 아니라도, 통상 수사 지휘선상에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2013년 중앙지검 1차장일 당시는 이른바 '혼외자'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조오영 청와대 행정관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조 행정관에게 정보 수집을 지시한 '윗선'이 있는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전공 분야'인 특수 수사를 지휘했던 중앙지검 3차장일 때의 이력은 더 눈에 띈다. 그는 2011년 10월 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당 의원 비서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디도스(DDOS) 공격했던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2012년 1월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 국회의원 비서 2명 등 7명의 공동 범행이라면서 이른바 '배후', '윗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사 결과 발표는 윤 당시 차장이 직접 했다. 그러나 결국 이 사건은 특검까지 갔다.
2011년 초까지는 'BBK 의혹'을 폭로한 에리카 김씨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윤 당시 3차장은 수사 결과에 대해 "이 정도 사안은 기소유예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동생 경준씨와 횡령을 공모한 점은 인정되지만 가담 정도가 미미하고, 동생이 중형을 받은 점, 미국에서 다른 범죄로 가택 연금과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기자 간담회에서 말했다.
이처럼 정권의 위기로 번질 만한 사건을 줄줄이 맡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지휘한 수사에서는 대규모의 게이트나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지 않았던 셈이다. '소방수'로 불릴 만한 묘한 이력이다.
반면 날카로운 '칼'이 휘둘러진 경우도 있다. 2011년 SK그룹의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해 최태원·최재원 형제를 기소했다. 그리고 같은해 한명숙 전 국무충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도 그가 지휘한 사건이다. 2008년 중앙지검 특수 2부장 때는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와 탈세 등 혐의를 수사했다.
KT와 KTF의 납품비리 의혹을 수사해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측근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것도 같은 해의 일이다. 역시 특수 2부가 담당이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것도 2008년의 중앙지검 특수 2부다. 그해 7월, 강무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노무현 정부 각료급 인사로는 처음으로 뇌물 사건 수사를 받았다.
신성해운 사건을 수사한 것도 '윤 부장' 휘하의 특수 2부였고, 이 수사에서는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기소됐지만 최종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 수사에서 이광재 당시 의원의 부인이 해운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결국 이 의원은 검찰에 기소돼 정계 은퇴 선언까지 했었다. 이광재 전 의원은 후에 강원도지사로 당선된 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도지사직을 상실했지만, 신성해운 사건 연루 부분은 무죄로 판단됐다.
이번 특별수사팀을 지휘하면서 윤 팀장이 보일 모습은 '소방수'일까, '칼잡이'일까. 이전 수사 이력들만 놓고 보면, SK 비자금 사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칼'이 향한 곳은 주로 야당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비리 의혹들은 큰 불로 번지지 않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벌써부터 "'윗선에서 원하는 대로 결론내린다'는 윤갑근 팀장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평은 공명정대한 수사에 대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경고성 논평을 냈다. 박광온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이같은 '법조계 안팎의 평'을 전하며 "특별수사팀이 권력의 입맛에 맞고, 국민의 기대에 어긋난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정권은 물론 검찰 또한 국민의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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