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전대…秋 대세론? 金 '3대 변수?'

서울·인천·경기 시도당 선거 결과…미리 보는 8.27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을 놓고 추미애·김상곤·이종걸 세 주자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민주 전당대회는 과거의 '순회 경선'이 아니라 '순회 연설(토론)회 후 원샷 경선' 방식으로 치러진다. 때문에 현 시점에서 누가 앞서가는지, 누가 뒤쳐지고 있는지 확실히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누가 유리하다더라'는 소문이야 물론 항상 많지만.

이런 가운데 8.27 전당대회 결과를 짐작하는 데 근거로 활용할 만한 '공인된' 자료가 지난 주말 나왔다. 토요일인 20일 서울·인천시당위원장 선거가 치러졌고, 21일에는 경기도당위원장 선거가 있었다. 친문·주류의 지지를 등에 업은 김영주(서울)·박남춘(인천)·전해철(경기) 의원이 각각 승리를 거뒀다.

주말 '수도권 3연전' 결과는?

이번에 뽑힌 시도당위원장들은 차기 지도부 구성원들이기도 하다. 더민주는 지난해 '김상곤 혁신위'의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던 기존의 최고위원직을 폐지하고 권역별·부문별 대표자를 최고위원으로 하기로 했다. 권역별 최고위원은 서울·제주에서 1명, 경기·인천에서 1명, 충청·강원, 호남, 영남에서 각 1명 등 모두 5명이다.

20일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서는 김영주 의원과 박홍근 의원이 맞붙었다. 김 의원은 원래 범주류인 정세균계에 속하고, 특히 이번 시당 선거에서는 최재성·진성준·김현·김광진 전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의 지원을 받았다. 최 전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내 '문재인의 호위 무사'로까지 불린다. 최 전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이들 그룹은 당 대표 선거에서는 추미애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반면 박홍근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운 인물로, 고(故) 김근태 의원을 따랐던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 소속이다. 박 의원은 또 전남 고흥 출신으로, 전남 순천 효천고를 졸업했다. 이른바 '호남 출향민'들의 표심이 박 의원에게 기울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결과는? '호남 출향민'들이 많은 대의원 투표에서는 김영주 48% 대 박홍근 52%였지만,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김영주 57.8% 대 박홍근 42.18%였다. 종합하면 김영주 후보의 5%포인트차 승리였다. 시도당위원장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와 현장 대의원 투표는 각 50%의 비율로 반영된다.

서울시당과 같은날 치러진 인천시당위원장 선거 역시 구도와 결과 모두 비슷했다. 승자가 된 박남춘 의원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출신이어서 친노 핵심으로 불린다. 박 의원과 맞붙은 이는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박 청장 역시 민평련계다. 특히 현역 지자체장이면서, 국회의원이 아닌 '원외' 인사라는 점도 특색이었다. 박 의원이 대의원 투표에서 68.38%, 권리당원 투표에서 66.28%를 가져간 압승이었다. 박 청장은 최종 합계 32.67%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일요일인 21일에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의원이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승리했다. 전 의원의 상대는 비주류에 속하는 이언주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과거 '민집모' 활동에 참여해 김한길 전 대표(현 국민의당)와 가깝다는 평을 받았다. 도당위원장 선거 결과는 대의원 투표에서 전해철 57% 대 이언주 42%, 권리당원 투표에서 전해철 68% 대 이언주 31%였다.

특히 승리한 후보들이 권리당원 투표에서 큰 폭으로 앞선 것과 관련, 지난해 말 안철수 의원 등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당이 위기를 맞았을 때 이뤄진 '10만 온라인 당원 입당'이 당내 선거의 지형을 바꿔 놓았다는 평이 나온다.

문재인 당 대표가 선출된 2015년 2.8 전당대회나 2012년 대선후보 경선, 이해찬 의원이 당 대표가 된 2012년 6.9 전당대회 때 '친노'가 다수임이 이미 확인됐지만, 지난 겨울의 '10만 온라인 당원 입당'은 이런 경향을 더 강화했다는 것이다. '10만' 가운데 이번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당원은 3만여 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상 지난 주말의 '수도권 3연전' 결과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친노 그룹에 속하거나(박남춘·전해철) 또는 친문 주류의 지지를 받은 후보(김영주)가, △재야 운동권 출신(박홍근·박우섭), 호남 출신(박홍근), 원외(박우섭), 비주류(이언주)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으며, △승리의 큰 동인 중 하나는 권리당원 투표에서의 압승이었다. 그리고 △더민주 권리당원은 과거 호남 출향민 출신들이 다수였지만, 이제는 지난 겨울 '10만 온라인 당원 입당'을 통해 들어온 '신입 당원'들이 권리당원 투표 결과를 좌우할 만큼의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고, △이들은 경향적으로 최재성 전 의원 등이 중심이 된 '친문' 주류 그룹과 비슷한 인식과 가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

▲22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대회에서 김상곤, 추미애, 이종걸 후보(왼쪽부터)가 손을 맞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세'인가 '김상곤 변수'인가

이 '수도권 3연전'의 결과를 토대로 8.27 전당대회 본선 결과를 전망할 수 있을까?

수도권 선거의 결과에 가장 크게 웃음지을 이는 추미애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권 구도는 친문 주류의 지지를 받고 있는 추미애 후보가 우세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이종걸 후보가 일발 역전을 노리며 뒤쫓는 구도라는 게 다수의 평가다. 일부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김상곤 후보는 문재인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장을 지냈고, 이 때 당시 비주류들로부터 '친노'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는 광주 출신이고,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 협의회(민교협) 의장을 지냈다. 호남·재야 운동권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갖춘 셈이다.

이종걸 후보는 과거부터 일관되게 비노·비주류를 대변해 왔다. 다만 박지원·김한길 전 대표 등이 국민의당 행을 선택하면서 현재 당내에 비노·비주류 그룹은 거의 남지 않은 상태라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추미애 후보에게 유리한 현재의 판세를 김상곤 후보가 뒤집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당 안팎의 관찰자들은 보통 3가지 변수에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친노' 내의 비주류 집단 △원외 △호남이다. 이 3그룹은 모두 정치적 잠재력을 갖췄으면서도 충분히 정치적으로 조직되거나 대표되지 않고 있다.

첫째로 '친노 비주류'라고 이름붙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있다. 더민주 내 주류를 형성해 온 이른바 '친노' 그룹 내부에서 분화가 이뤄지면서 최재성 전 의원 등의 '친문 (신)주류'가 생겨났다. 최 전 의원은 양향자(여성)·김병관(청년) 최고위원 후보 등이 속한 이른바 '더벤저스(더불어민주당+어벤저스)', 즉 '4.13 총선 영입 인재 그룹'을 총선 전에 당으로 데려오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총선 이후에도 긴밀히 소통해 왔다. 현재 친문 주류 그룹은 대체적으로 추 후보를 지원하고 있거나, 최소한 그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반면 같은 '친노'라도 부산 출신인 이호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은 추 후보를 돕지 않고, 컷오프에서 탈락한 송영길 의원을 도왔었다. 또 이 전 수석과 함께 'PK(부산·경남) 친노'의 핵심으로 불리는 최인호 의원은 지난해 김상곤 후보와 함께 당 혁신위원회 활동을 했으며, 추 후보보다는 김 후보 쪽에 더 우호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PK 친노'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다.

심지어 '친노 좌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이름까지 거론된다. 정치권에 떠돌던 소문은 지난 19일자 <중앙일보>에 실렸다. 신문은 "김상곤 후보의 뒤에는 친노의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언 보도했다. 이 전 총리는 현역 국회의원이고 국무총리를 역임한 원로 정치인이기에 앞서, 재야에서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이른바 재야 운동권, 시민사회·학계 등 지식인 사회에 영향력이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등 국면에서 활발한 정치 참여 활동으로 일부 언론으로부터 '친노 교수'라는 비난까지 들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는 아예 김상곤 후보 후원회장을 맡았다. 조 교수는 지난해 '김상곤 혁신위'의 일원이었다. 알려졌다시피, 조 교수 역시 PK 출신(부산)이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한 더민주 재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2012년)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새로 당에 참여한 당원들'과, 과거 '노사모'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당원들 사이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며 "'노사모' 쪽에서는 과거 노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던 추미애 후보가 당 대표가 되는 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차마 추미애가 당 대표 되는 건 못 보겠다"며 사표를 내고 상대 후보 선거캠프로 간 정무직 당직자의 사례도 있다.

주말 '수도권 3연전'에서 드러난 결과로 보면,'재야 운동권 출신'(박홍근·박우섭)이라는 변수만으로는 승패를 바꿀 만큼의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8.27 '본선'의 경우, 범(汎)친노 그룹의 분화가 좀더 본격적 양상을 띨 것이라는 점에서 서울·인천시당 선거와는 다른 양상의 전개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원외·호남이라는 김상곤 '출신 성분', 승패에 영향 미칠까?

둘째, '원외 돌풍'이라는 변수가 있었다.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非)기득권으로 비쳐지는 원외 인사들이 더민주 시도당 경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것.

지난 9일 열린 제주도당 위원장 경선에서는 강창일 의원을 꺾고 김우남 전 의원이 승리했고, 같은날 경남도당위원장 선거에서도 민홍철 의원이 원외의 정영훈 경남도당 대변인에게 패했다. 특히 경남의 경우, 공간적으로나 인적으로나 앞에서 언급된 'PK 친노'라는 맥락과도 겹쳐진다. 정영훈 신임 도당위원장은 현재 언론으로부터 '친노 주류'라고 평가받지만, 과거 김두관 전 경남지사(현 국회의원)가 그의 정치적 멘토였다.

결과적으로는 섣부른 분석이 됐지만, 8월 중순 한때 '원외 정치인들의 선전이 이어질 경우 당권 구도에서 유일하게 원외의 김상곤 후보에게 좋은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원외 돌풍'은 인천시당 선거에서 박우섭 후보의 패배로 완전히 김이 빠졌다. 지난 20일 충남도당위원장 선거에서도 원외의 나소열 전 서천군수를 꺾고 박완주 의원이 승리를 거뒀다.

셋째, 호남 변수다. 김상곤 후보는 8.27 전당대회 본선에 진출한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호남 출신(광주)이다. 지난 주말 전남 고흥 출신인 박홍근 의원이 서울시당 선거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고흥과 광주는 다르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회의론도 있다. '친문'에 속하지 않는 한 초선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송영길 후보가 본선에 올라왔으면 호남 표가 더 세게 결집해서 추 후보에게 위협이 됐을 텐데, 김 후보에게 호남 표가 얼마나 결집할지 모르지만 송영길 후보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의원은 "김 후보는 교육행정가로서는 휼륭한 분이지만 정치력이 검증된 바는 없지 않느냐"며 2014년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을 언급하기도 했다.

비주류 출신인 다른 정무직 당직자도 "지난 총선 당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을 광주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비대위에서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없던 일이 된 것은 광주 어느 지역에 내도 여론조사가 너무 안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당직자는 "광주 지역 사회에서는 김 후보에 대해 '광주 출신이기는 한데, 고등학교(광주일고) 졸업하고 지금까지 고향에 와서 한 게 뭐가 있냐'는 시선이 있다"고 전했다.

추미애 후보도 '호남 표 결집'에 대해 의식하는 한편 적극 견제를 펴고 있다. 추 후보는 22일 오전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흔히들 호남 출생을 들어서 호남 대표가 되겠다고 '호남 대표론'을 말씀하는데, 그것이야말로 호남을 잘 모르시는 것이고, 호남을 고립시키는 것이고, 호남이 가장 싫어하는 호남을 지역주의에 가두는 것"이라고 김 후보를 겨냥했다.

'호남의 선택'은 언제나 야당에서 최고의 이변을 낳는 변수 중 하나라는 점에서, 8.27 본선 당일까지 모든 후보들이 신경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대세론이 굳어질지, 어떤 변수로 인해 어떤 의외의 결과가 도출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다. 스포츠에서 '공은 둥글다'고 하듯이, 정치인들은 '정치는 생물이다'라고들 한다. 실제로 이번 8.27 전대에서 유력한 '우승 후보'였던 송영길 의원이 '예선 탈락'하는 이변까지 생겨난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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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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