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 완승…새누리, 정권 말에도 '친박당'

이정현 대표, 조원진·이장우·최연혜 최고위원 선출…친박 '싹쓸이'

새누리당 8.9 전당 대회에서 전남 순천 출신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과 정무수석을 지냈으며 최근에는 "나를 대통령의 내시(內侍)라고 불러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 이 의원이 4.13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집권 4년 차 새누리당이 여전히 '친박당'에 머물러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신임 대표는 8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전당 대회 당 대표 경선에서 당원·대의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결과를 7대 3의 비율로 득표 환산해 합산한 결과, 4만4421명의 표를 획득해 3만1946표를 얻는 데 그친 비박 단일 후보 주호영 의원을 따돌리고 당 대표로 선출됐다.

레이스 내내 계속됐던 '나는 비주류'라는 마케팅과는 달리, 이 의원은 여권 주류인 친박계의 집단적 지지를 받아 당 대표에 올랐다. 범친박계 이주영 의원이 얻은 표는 2만1614표, '원조 친박' 한선교 의원이 얻은 표는 1만757표에 그쳤다. 친박계 표가 레이스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이정현 의원에게 급격하게 쏠린 결과로 풀이된다.

최고위원으로는 득표 순으로 3선의 조원진(3만7452표), 재선의 이장우(3만4971표), 3선 강석호(3만3851표), 초선 최연혜(2만7082표) 의원이 선출됐다. 이 가운데 조원진 의원과 이장우 의원은 '강성' 친박계고, 최연혜 의원도 친박 후보였다. 이번에 신설된 청년 최고위원 경선의 경우 친박계 유창수 글로벌 정치연구소장(6816표)이 비박계 이부형 후보(5655표)를 꺾고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 9일 오후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 대회에서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이정현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친박 '싹쓸이'…정권 말에도 당 장악력 잃지 않은 '박심'

지도부 전체 구성을 보면 친박계의 '싹쓸이'란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 친박계는 박근혜 정권 2년 차에도 거두지 못했던 완승을 정권 4년 차 전당 대회에서 거둔 셈이 됐다. 지난 2014년 전당 대회에선 비주류 김무성 의원이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해 당 대표가 되었었다.

이 같은 결과를 부른 '박심' 선거전은 레이스 후반부로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노골화 했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전당 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표를 얻기 위해 이리저리 변하고 포퓰리즘에 편승하지 않는 올바른 가치관과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치"라면서 "그런 국민 요구에 정치권에서는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아직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따라서 국민들께서 원하는 변화는 요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비박계 일각을 향했던 '자기 정치 비난'을 연상케 하는 발언이다.

이에 맞장구 치듯 이정현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날 전대 마지막 유세 때도 "모두가 근본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었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 대통령께 감사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 출신인 자신의 '비주류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누구보다 박 대통령에게 '충성'해왔던 친박 정체성을 강조하는 지능적인 지지 호소라는 평가가 나왔다.
▲ 8.9 전당 대회에서 구성된 새누리당의 새 지도부가 당선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새누리, 靑 '부속실' 되나…친박, '대선 경선' 진지 구축 성공

이로써 새누리당은 4.13 총선 참패 이후 '친박 몰락'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정치권 안팎의 예측을 보란 듯이 빗겨갔다. 홍보 수석 당시 한국방송(KBS)에 세월호 보도 개입을 했던 것이 녹취록으로 공개 돼 큰 파문이 일었음에도 이는 이 의원의 발목을 잡지 못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이 의원의 '비주류 마케팅'이 어느 정도 먹힌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 의원은 전당 대회 레이스 내내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강조하며 '비주류 출신 당 대표가 곧 혁신'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이것이 곧 이른바 '매박'으로 불리며 박 대통령을 이용하기에 급급하다는 평을 받는 TK 강성 친박들과는 차별점을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또 비박계 단일 후보로 이날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주호영 의원의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이날 결과에 한 몫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의 공개 지지로 막판 세몰이를 하며 수도권과 영남의 지지를 두루 받을 것으로 보였던 주 의원의 경선 패배는 비박계에 커다란 상처로 남게 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9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나를 '대통령의 내시(內侍)'라 불러도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이렇게 '대통령의 내시'를 자청한 이 의원이 새누리당의 대표로 선출됨으로써 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은 정권 말에도 한 동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입장에선 '든든한 당 대표'를 세움으로써 당·청 관계는 물론이고 국정 운영 전반을 청와대 입맛에 맞게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되었다. 앞서 비박 당 대표 후보로 나섰다 주호영 의원과 단일화를 한 정병국 의원은 친박 후보가 당 대표가 되면 새누리당이 "청와대 부속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친박계는 내년에 치러질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게 됐다. 김무성 전 대표의 대권 행보에 제동을 걸고 '친박당'으로서의 생명력을 연장하기 위한 '친박 후보'를 발굴 및 추대해 정권 재창출을 시도하는 데 당력을 집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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