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朴心 기대기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

현대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주호영-오세훈 회동은 견제

새누리당 친박계 당 대표 후보 이정현 의원이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8일 "누구도 쳐다보지 않던 저를 발탁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무한대의 열정으로 봉사할 기회를 주신 박근혜 대통령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비박계 당 대표 후보 주호영 의원을 만나 지지를 표하는 등 비박계의 공세가 거세지자 나온 '노골적인 박심(朴心) 기대기'이자 친박계 일각의 막판 '표몰이'에 대한 '감사 인사' 격으로 해석된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비주류, 비엘리트, 소외 지역(호남) 출신으로 모든 여건에서 불리한 사람이 집권 여당 당 대표 (후보)가 되어 뛸 수 있는 무한대 기회의 땅, 그런 나라에서 그런 국민과 함께 산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면서 "대한민국과 국민에 아주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저라는 존재를 있게 해 준, 두 번씩이나 저를 국회의원에 당선시켜 기회를 주신 전남 순천 주민께 감사하다"면서 "아울러 새누리당에서 맨 밑의 바닥을 거쳐 대선 공보 단장, 청와대 홍보수석, 새누리당 최고위원, 그리고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저를 받아준 당원들에게도 무한 감사를 느낀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호남 출신으로 새누리당 당권에 도전한 자신을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바다가 갈라지는 것 이상의 기적"이라면서 "저처럼 돈도, 지역적 기반도, 세력도 줄도 없는 사람이 당 대표가 되면 흑인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당선시켜 인종 차별의 종식을 기한 미국 국민 못지않게 대한민국 국민들도 위대함을 만방에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과 '호남'이라는 이 의원에게 붙는 수식어 중 '호남'에만 강조점을 둔 발언이다. 정작 이 의원이 유력한 당권 주자가 된 것은 그가 호남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당내 주류인 친박계가 '표 몰이'를 해주고 있어서란 지적이 나옴에도, 이런 사정은 쏙 빼놓고 '비주류 지역 출신'만 부각하는 것은 '견강부회'라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새누리당 주류' 후보 이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당·청 관계는 지금보다도 더 수직적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주호영 의원과 단일화를 한 후 레이스를 중단한 정병국 의원은 친박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새누리당을 "그간 언론에서 청와대 출장소라고 했는데 청와대 부속실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번 전당 대회를 앞두고 비박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막후' 조정 역할을 했던 오 전 시장이 이날 오전 주호영 의원과 조찬 회동을 한 것에 대해서는 "누가 봐도 대권 꿈을 꾸는 당내 유력 인사가 중립적 입장에서 신중을 기해야 하는데 그런 만남이 어떻게 해석될지 판단을 못했다면 매우 실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판이 나올 것을) 알고도 만남을 강행한 것이라면 유력 대선 인사로서 신중한 처사가 아니다. 매우 유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오 전 시장은 회동을 마친 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저희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는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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