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클리블랜드 반트럼프 시위 '전운'…철조망-콘크리트 차단벽

'트럼프 대관식' 하루 전 150명 시위…배턴 루지 경찰저격 사건으로 긴장 고조

철제 펜스와 콘크리트 차단벽, 그리고 중무장한 경찰에 금속탐지기와 '경계 로봇'까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미국 공화당 전당대회(18∼21일)를 하루 앞둔 17일(현지 시각)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는 '삭막한' 도시로 변했다.

평소의 평온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폭동'이나 '사고' 가능성에 대비하는 듯 시내 곳곳에 삼엄한 경계가 펼쳐졌다. 이 지역 프로농구단 캐벌리어스가 지난달 창단 첫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 트로피를 거머쥐면서 일었던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더욱이 전당대회 장소인 '퀴큰론스 아레나' 주변 1.7마일(2.73㎞), 이른바 '전대 구역'에서도 총기 소유가 허용돼 총기를 수반한 폭동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전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에서 경찰관 저격 사망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긴장도는 한층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당대회 시작 전날인 이날 오후부터 '반(反)트럼프' 시대위가 몰려 경찰은 더욱 촉각을 세웠다.

'셧 다운 트럼프 & 공화당'(Shut Down Trump & the RNC) 소속 반트럼프 시위대 150여 명은 이날 오후 4시 클리블랜드 시청 앞에 모인 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무슬림의 생명도 중요하다'(Muslim Lives Matter)', '인종차별 반대', '파시즘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전당대회 장소 인근으로 행진했다.

▲ '셧 다운 트럼프 & 공화당'(Shut Down Trump & the RNC) 소속 시위대 150여 명이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클리블랜드에서 트럼프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행히 별다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으나 이날 시위는 앞으로 나흘간 있을 대규모 반트럼프 시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낙태 옹호단체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지지 그룹 등 반트럼프 단체는 이미 시내 곳곳에 트럼프와 공화당의 정책을 반대하는 대형 선전물까지 마련해 놓은 상태다.

더욱이 '흑인 독립'까지 추구하는 흑인 과격단체 '신(新)블랙팬더당' 회원들이 총기를 휴대한 채 시위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터라 클리블랜드 경찰은 폭동 가능성에도 대비해 죄수들도 제3의 장소로 이감한 상태다.

이번 전당대회 기간에 클리블랜드를 찾는 사람은 약 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에는 반트럼프 시위대가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경찰은 트럼프 찬반 시위가 자칫 폭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비해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안면 보호장구에다 중무장을 한 일반 경찰은 물론이고 기마 경찰과 자전거 경찰, 오토바이 순찰대가 수시로 시내를 순찰하고 지역 방송사 화면에는 로봇까지 경계에 동원된 모습이 담겼다.

퀴큰론스 아레나 주변에는 이중삼중의 철통 방어벽이 등장했다. 주간 고속도로 I-90에서 퀴큰론스 아레나 주변으로 연결되는 진출로는 모두 폐쇄됐고 퀴큰론스 아레나 주변 도로 2∼3블록은 2.4m 높이의 철제 펜스로 완전히 차단됐다.

또 곳곳에 차량 진입을 막기 위한 콘크리트 차단벽이 설치됐다.

행사장과 가까운 곳의 상점에서는 출입하는 사람들이 금속탐지기 검사를 받기도 했다.

심지어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차로 5분 거리의 헌팅턴 컨벤션 센터를 잇는 도로 양쪽에도 철제 펜스가 설치돼 '교도소' 내에서 이동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행사장인 퀴큰론스 아레나에 대한 일반인들의 접근은 아예 봉쇄됐다.

백악관 비밀경호국(SS)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가 발급한 최소 2개의 출입증이 있어야 접근이 가능한데 1차로 철제 펜스 밖에서 현지 경찰이 출입증을 확인하고 2차로 철제 펜스 내에 마련된 임시 검문소에서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폭발물 탐지견(K9)을 동원해 샅샅이 검문한 뒤에야 퀴큰론스 아레나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다.

퀴큰론스 아레나 건물 내부로 들어오더라도 행사장 내부를 관리하는 경찰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퀴큰론스 아레나와 헌팅턴 컨벤션 센터를 이동하는 취재진 셔틀버스 내에도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상주하며 매번 신원확인 절차를 거쳤다.

전당대회 장소와 조금 떨어진 외곽에 대한 경계도 대폭 삼엄한 수준이다.

클리블랜드 북쪽 이리호는 해안경비대가 순찰에 나섰고, 경찰 담당구역 외곽 일부 지역에는 주 방위군까지 투입됐다.

지역 언론은 이날 오후부터 클리블랜드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클리블랜드를 포함한 쿠야호가 카운티에서는 무인기(드론) 비행조차 금지됐다고 전하면서 이는 1968년 반전시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이후로 가장 강화된 경계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힐러리를 감옥으로'(Hillary for prison)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내건 비행선이 클리블랜드 상공을 천천히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이곳이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지임을 알렸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겨냥한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공화당은 현재 사실상의 범법행위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한편, 미 CNN 방송과 <에이피> 통신 등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전 세계 국가에서 약 1만 5000명이 공화당 전당대회 취재를 위해 클리블랜드를 방문한다.

퀴큰론스 아레나 바로 옆 건물에는 미국 주요 방송사들이 별도의 부스를 마련해 실시간 생방송을 진행했고, 각국 언론은 헌팅턴 컨벤션 센터의 프레스센터에 모여 취재경쟁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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