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흑인 총격에 경찰 사망… 美 '흑백 내전' 최악

인종 갈등 불거져…흑백 간 총격으로 번지나

미국에서 경찰이 흑인의 총격에 숨지는 사고가 또 일어났다. 흑인인 앨턴 스털링이 백인 경찰의 총격에 의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던 곳에서 이번에는 흑인에 의해 경찰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17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 동남부 올드 해먼드 에어플라자 쇼핑센터 인근에서 복면을 쓴 흑인 개빈 유진 롱이 경찰을 상대로 총격을 가했다. 이에 배턴 루지 소속 경찰 2명과 동부 배턴 루지 셰리프국 경찰 1명이 사망했다. 롱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배턴 루지는 지난 5일 길에서 CD를 팔던 흑인 앨턴 스털링이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백인 경찰에 의해 제압당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받고 목숨을 잃은 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다. 이후 이곳에서는 흑백 인종 갈등이 증폭돼왔다.

이에 경찰은 롱의 범행 동기가 흑백 갈등으로 인한 보복성 범죄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일단 경찰은 롱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다.

▲ 17일(현지 시각) 루이지애나 주 배턴 루지 총격 사고 현장에서 검문 중인 경찰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법을 위반하는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경찰에 대한 공격은 우리 모두에 대한 공격이며, 법치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소속 정당이나 인종에 상관없이, 미국을 단합시킬 말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호소와는 달리 이와 유사한 사건이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7일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는 흑인 마이카 존슨의 총격으로 경찰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일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 경찰 본부에는 여러 발의 총탄이 건물로 날아오기도 했고, 같은날 댈러스 경찰서에는 테러를 하겠다는 익명의 협박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또 지난 12일에는 배턴 루지에서 경찰을 죽이려고 계획했던 용의자 4명 가운데 3명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내에서 뿌리 깊은 인종 갈등이 상대방을 향한 극단적인 물리력 행사로 분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찰의 목숨도 소중하다' 대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로 갈라진 미국 내 인종 갈등을 봉합할만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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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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