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사드, 국회 비준 필요한 사안 아니다"

"사드 부지, 모르는 게 아니라 말 못해…중.러 설득에 좌우될 문제 아냐"

한민구 국방장관은 최근 가장 뜨거운 현안이 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국회 비준이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은 아니라고 법률 판단을 다 했다"고 못박았다.

한 장관은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 출석한 자리에서, 새누리당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방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2004년 평택 기지 때도 그렇고, 원래 미군이 쓰던 부지 안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신규 부지를 제공한다면 그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장관은 이에 대해 "그렇지 않다"며 "신규 부지라 하더라도 국회 비준을 받는 것은 아니고, 2004년 평택 기지는 300여만 평을 주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그렇게(국회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또 더민주 김진표 의원이 "헌법 60조를 읽어 보면, 중대한 재정 부담을 지우는 경우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이 보복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동원한다든가, 관광객을 줄인다든가 하면 그것도 '중대한 부담'이 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제가 헌법에 깊은 지식은 없지만, 확정되지 않고 예상되는 재정 부담이 불확실한 사안"이라며 "신규 부지를 공여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그게 헌법이 정한 '중대한 재정 부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회의에서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이 주한미군 기지에 (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군이 더한 무기를 들여올 때마다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국회 동의 불필요'라는 한 장관의 입장을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진석 의원도 "사드가 과연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부담을 주는 조치에 해당하느냐"며 "사드 운영에 드는 비용 1.5조 원은 전액 미군 부담이고, 우리는 부지만 제공한다. 우리가 부담하는 비용은 1.5조보다 훨씬 못 미친다"고 거들었다.

한 장관은 이종걸 의원이 '사드 배치 비용을 방위비분담금 등 한국의 국비로 충당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한 데 대해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부지 정도에 불과하다"며 "주한미군 자산을 한반도에 배치할 때는 소파(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 의해 해왔다. 그 룰에 따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국이 사드 배치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그는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분들의 논리 중에 그런 게 있는데, 정확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장관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방위비는 5년치가 협상돼 정해져 있고, 내년에도 분야별로 정해져 있다"며 "방위비분담금이 거기(사드)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종대 "공동실무단에 환경전문가 있나?"…한민구 "확인해서 답변"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의원은 "사드가 이렇게 대도시 인근, 인구 밀집 지역에 전개된 사례가 없다"며 한 장관에게 "한미 공동실무단에 환경 전문가가 들어가 있느냐"고 물었다. "사드 전자파 이야기를 '괴담'이라고 하는데, 그게 괴담이라면 권위 있는 환경 전문가가 들어가서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다.

한 장관의 답변은 이랬다. "환경 전문가, 어떤 사람을 말하는지 모르겠는데, 확인해서 답변을 드리겠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한 장관 뒤에서 일어나 보충한 답변도 "상임위원별로 기능별 전문성을 가진 위원들로 구성돼 있고, 필요시 전문가 자문을 받도록 돼 있다"는 수준에 그쳤다. 김 의원은 답답한 듯 "아니 필요시가 아니라, 실무단에 들어가 있느냐"고 재차 물어야 했다.

한 장관은 앞서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는 레이더 전자파 안전성 문제에 대해 "한미 군이 여러 종류의 군사적 레이더를 사용하고 있는데, 기존 사용하는 레이더 중에 출력이 사드보다 강한 것도 있다"며 "기존 레이더를 운용하면서 국민 건강에 위해가 보고된 경우는 없었다"고 장담했다. "사드에서 요구하는 안전 거리가 가장 짧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은 사드 배치 결정 자체보다, 결정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더민주 원내대표인 우상호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대정부질의를 할 때 사드 배치가 결정돼 있었나"라고 물었고, 한 장관은 "7일 청와대 NSC 상임위를 통해 결정한 것"이라며 "6월 말쯤 부지 가용성에 대한 보고를 받고, 7월 초쯤 배치(여부 결정을)할 수 있겠다, 이렇게 내부적인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이 "NSC 상임위 소집 통보는 언제 받았나"라고 물은 데 대해 그는 "전날(6일)"이라고, "NSC 회의 전에 관련된 논의가 있었느냐"라고 물은 데 대해서는 "7월 4일에 논의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이 의원이 "4일에 사전 논의를 했는데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했다는 것이냐"고 따지자 한 장관은 "실무 단계 논의와 결정 차원의 논의는 다르다"는 취지의 답변으로 비켜 갔다.

부지 문제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닫았다. 우 의원이 "미국과 협의 과정에서는 '어디 부지가 가용성이 있다'고 했다면서 지금 어딘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지자 한 장관은 "모르는 게 아니라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우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들은 모두 "국민에게는 비밀로 해놓고 협상을 했다"며 "국민도, 국회도 몰랐다"고 협상 과정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없었음을 지적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정진석 의원도 "상당한 파장을 낳는 결정인데, 7일 NSC 회의가 있었고 8일에 바로 발표한 것은 너무 급작스럽고 서둘러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미리 폭넓게 보고드리는 과정이 보안 문제 때문에 제한돼 있었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민구 "중국·러시아 설득 못 한다고 배치 못할 문제 아냐"


국방위 회의에서는 주변국의 반응에 대한 우려가 여야 할 것 없이 폭넓게 제기됐으나, 한 장관은 "중국을 설득하면 배치를 할 수 있고, 러시아를 설득 못 하면 (배치를) 못 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인접국의 반응이나 반발에 의해 좌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경 톤을 유지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해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거냐'는 취지의 물음에도 "그것은 그것대로 해결할 문제라고 본 것"이라고 답했다.

더민주 진영 의원이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무기라고 국방부는 얘기하지만, 중국은 안 믿고 있다. 우리 말이 설득력이 없는 것인가, 설명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지적하자 한 장관은 "주변국 반응에 대해 제가 논평하긴 조심스럽지만, 무기 체계나 군사기술적 특성에 대해 문제를 삼기보다 더 많은 전략적 함의를 포함해서 해석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대 의원은 "박 대통령이 (6자회담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다섯 나라가) 5자 회담을 하자고 했었는데, 그 구도가 허물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를 표했다. 한 장관은 이번 사드 배치가 신냉전 구도의 대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위적 방어 조치 하나를 가지고 북·중·러 대 한·미·일의 냉전 구도로 회귀하거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까지 이야기하는 것은 상황을 너무 지나치게 걱정하는 염려에서 나온 말"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국정원 출신인 더민주 김병기 의원은 "상대방이 공격하기에 방패를 가진 사람이 부담스럽냐, 도끼를 가진 사람이 부담스럽냐"며 "사드 같은 방어 무기에 수많은 돈을 들일 게 아니라, 미국의 F-22 '랩터' 전폭기 같은 강력한 무기를 요청하든지, 아니면 우리도 북한의 원점을 타격할 수 있는 800킬로미터짜리 미사일 등의 유의미한, 북한이 부담을 가질 정도의, 북한이 도발하면 쓸어버릴 수 있는 강력한 공격 무기를 가짐으로써 우리가 방어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도 "중국과 러시아가 동참하지 않는 대북 제재가 성공할 수 있느냐"며 사드 배치의 외교안보적 측면에서의 문제를 지적하던 중 "정부가 모순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인정하지만, 북한 제재를 해야 하고 압박을 해야 한다. 북한이 굴복할 정도의 압박·제재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면(사드를 배치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 강도가 떨어지지 않느냐"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모두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화해협력 정책, 이른바 '햇볕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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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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