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 결정 발표…야당 입장은?

박지원 "우리는 반대"…정의당도 반대, 더민주는 '미묘'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8일 오전 공식 발표하면서, 정치권이 달아오를 조짐이 보인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연히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확실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배치 자체에는 중립적이지만 이번 결정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있기 때문.

국민의당·정의당은 "분명히 반대"

이날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공식 발표 불과 2시간 전, 공개적으로 '반대'라고 선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지도부 회의에서 "우리는 사드 배치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못박았다. 국민의당은 국방부 발표 후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가 미치는 국내외 경제적 파장과 사드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밝혔다.

육군 준장 출신인 김중로 국민의당 원내부대표는 원내 회의에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팩-스리(PAC3)'가 놓칠 수 있는 고(高)고도의 북한 미사일을 한 번 더 요격할 수 있는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우리 대북정책의 대전제는 전쟁 방지"라며 "한반도에서 사드를 사용한다는 것은 북한과 남한이 국지전을 넘어 전면전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 위기 관리의 기본이자 대북정책의 근본 기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부대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면 그 피해와 참혹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전쟁이 일어나서 통일이 된들 폐허 속 한반도의 통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사드를 포기해서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도발 의지를 차단토록 하는 것과, 사드를 배치해 중국을 북한의 후견 국가로 만들고 북한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빌미를 주는 것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드 배치는 군사적 효용 가치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국제 정치와 국내 상황, 남북 통일이라는 거시적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해야할 중대 사안"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정의당도 강력한 반대 입장이다. 정의당은 추혜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할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고 했다. 한창민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불과 이틀 전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당 김종대 의원 질의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결정된 바 없다'고 했는데, 이틀 만에 발표를 했다. 이것은 국민과 의회에 대한 기만"이라고 우선 결정 과정상의 문제를 지적한 뒤 "사드 배치는 우리 외교안보 상황을 악화시키는 위험한 행동이고, 사드 자체의 성능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군사 전문가 출신인 김종대 의원은 지난달 말 당 회의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위험한 도박"이라며 "성급하게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무책임한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서두른 결정 우려"…미묘?

국민의당(38석)과 정의당(6석)은 이처럼 명백한 반대 입장인 데 반해, 제1야당(122석)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을 취했다.

박광온 더민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한민구 국방장관의 김종인 비대위 대표 예방 결과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군사적 효용성, 외교적 문제, 그리고 국민적 이해와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지나칠 정도로 서둘러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김종인 대표 등 더민주 지도부는 국방부에 △사드가 한반도에서 군사적 효용성을 갖고 있느냐? △유해 전자파로부터 지역 주민들의 안전성이 확실히 보장되는 것이냐? △국민이 사드 배치의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 공감하고 동의하지 않는 상황인데 서두른 결정으로 혹시 반미 감정 같은 것이 나타날 우려를 충분히 검토했느냐?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 특히 중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텐데 정부가 이들 국가들을 설득할 대책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명했다.

더민주가 제기한 우려는 '배치 반대'라기보다는, '배치를 하면 이런 문제점이 있을 텐데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수준에 가깝다. 실제로 이재경 당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실익 있는 사드 배치라면 반대하지 않는다"라고까지 했다.

이 대변인 역시 "국민이나 야당과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졸속 결정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중국, 러시아 등 외교 마찰에 대한 충분한 대비책이 안 보이고, 중국과의 무역 마찰에 대한 경제적 손실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로는 우려를 표하는 국민들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반발을 불식시킬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면서 더민주가 국회 국방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드 배치에 부정적"이라더니…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이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에 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성능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설이고, 계속해서 성능을 개선하고 있는, 개발 중인 무기"라며 "성능이 확인되지 않은 무기를 우리가 졸속 수입해서 막대한 국고를 쏟아 부어야 하느냐는 국민적인 우려가 아직까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북핵 폐기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며 "대한민국 입장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저렇게 극렬하게 반대하는 무기 체계를 도입해야 되느냐 하는 정치적 고민이 있다"고 지적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이런 두세 가지 이유 때문에, 사드 배치에 대해서만큼은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밝혔었다.

우 원내대표의 이 발언이 있었던 날, 박광온 수석대변인도 "사드 배치 문제로 주변국과의 외교 갈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가 하면, 러시아도 전략적 안정을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며 "우리 당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촉구해 왔다"고 사실상 배치 반대에 가까운 입장을 냈다. 당 수석대변인은 통상 당 대표, 더민주의 경우 비대위원장인 김종인 대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다.

박 대변인은 당시 "사드 배치의 목적과는 달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에도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동북아 주변국 간의 관계 냉각과 군비 경쟁은 물론, 한국과 중국과의 군사·경제적 갈등을 초래할 우려도 다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 들어 사드와 관련한 더민주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5일 박 대변인은 "사드 배치 문제는 여러 가지 논란이 있는 사안"이라며 "여러 논란이 있는 사안일수록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추진해야 문제가 없다"는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에 충분한 여론 수렴과 국민 소통을 통해 사드 배치를 추진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는 게 논평의 골자였다. 배치 자체에 부정적이었던 이전의 입장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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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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