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박정훈 항명 사건 항소 취하…"항명죄 공소 제기, 공소권 남용"

군인권센터 "박정훈의 피고인석, 이제 윤석열이 앉을 시간"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한 수사 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 사건 재판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

이 특검은 9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심 판결과 객관적 증거, 군검찰의 항소 이유가 법리적으로 타당한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박 대령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한 것은 법령에 따른 적법한 행위이며 (이를) 항명죄로 공소 제기한 건 공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1심 법원이 이 사건을 1년 이상 심리해 박 대령에게 무죄 선고한 상황에서 항명죄 등을 공소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특검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박 전 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발생한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를 맡았던 인물로, 수사 결과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항명했다며 '집단항명수괴' 혐의로 같은 해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기소됐다.

중앙지역군사법원 1심은 그러나 지난 1월 박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군검찰이 항소하면서 사건은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으로 넘어갔고, 특검은 지난 2일 군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 받았다.

이 특검은 이미 지난 달 특검 출범 준비 과정에서 박 전 단장 사건에 대해 "'격노설'에 의해 실체가 바뀌어 억울하게 기소된 사건"이라고 밝히며 항소 취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 특검은 이날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 판단의 구체적 근거를 밝히기 어렵지만, 향후 수사 결과를 보면 항소 취하 결정이 타당하다는 점을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검은 앞으로도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곧바로 법원에 항소취하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소송 절차는 종료돼 박 대령의 1심 무죄 판결은 확정된다.

박 전 단장을 지원해왔던 군인권센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부정한 권력에 맞서 박정훈 대령과 함께 싸워 온 시민이 함께 만든 값진 승리"라며 "한 군인의 죽음 앞에서 국민과 법을 우롱하던 외압 수괴 윤석열과 부역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박정훈 대령이 앉았던 피고인석으로 보내 단죄할 때"라고 했다.

센터는 "박 대령과 부하들이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 앞에 줄 설 기회는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단 한 순간도 타협하지 않았다"며 "오늘날 윤석열과 부역자들의 쿠테타 획책과 전횡을 막아내고 단죄할 수 있게 된 것은 권력자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민이 부여한 소임을 성실하게 수행한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수사단 수사관들이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의 항소 취소와 무죄 확정 판결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방부, 해병대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를 맡았던 박정훈 대령과 해병대수사단 수사관들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는 법의 준엄한 명령"이라며 "박정훈 대령 원직 복직을 시작으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물론이고, 권력의 횡포에 맞서 진실과 양심을 지켜낸 이들에 대한 합당한 대우와 명예회복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항명 무죄는 곧 외압 유죄다. 한 군인의 죽음 앞에서 국민과 법을 우롱하던 외압 수괴 윤석열과 부역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박정훈 대령이 앉았던 피고인석으로 보내 단죄할 때"라며 "이제 채수근 상병의 영전에서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 다짐했던 군인 박정훈의 약속을 함께 지켜내자"고 했다.

▲순직해병 수사 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가 9일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특검은 이날 항명 혐의로 재판받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형사재판 항소 취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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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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