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도개입 파문 당사자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7일 당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모든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 부스겠다"고 했다. 보도 개입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 사과가 없으면 진상조사를 추진하겠다"고 했고, 이 의원으로부터 2014년 전화를 받았던 김시곤 전 한국방송(KBS) 보도국장은 "청문회가 열리면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총선에 참패한 새누리당에 전당대회가 '재기'의 기회가 되기는커녕,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데다 당권 주자의 보도 개입 파문까지 확산하고 있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정현 "국민을 섬기고 민생을 찾아가는 당 만들겠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제가 당 대표가 되려는 목적은 하나다"라면서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출마 선언문에는, 보도 개입 파문과는 어울리지 않는 '기득권 타파' 국민 섬김' '수평적 질서'와 같은 말이 적지 않게 등장했다. 그는 20대 국회를 "기득권에만 집착하고 국민과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 부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서번트 리더십(섬기는 지도력)으로 국민을 섬기고 민생을 찾아가는 당을 만들기 위해 당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도 공약했다.
또 "민생 문제만큼은 야당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여당으로 책임지겠다"고 했고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병인 '권력에 줄서기'하는 수직적 질서를 수평적 질서의 정치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제가 정치에 뛰어든 지 33년 동안 가슴 속에 가장 소중하게 품어온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 새누리당 당 대표가 되고자 한다"면서 당 대표 출마는 "저를 연이어 두 번이나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전라남도 순천 시민의 준엄한 명령"이라고도 주장했다.
박지원 "청와대 사과 안 하면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
출마 선언이 끝난 후 이어진 취재진과 질의 응답 시간에서는 자연스레 보도 개입 파문 관련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이 의원은 "처음 문제가 제기됐을 때 제 입장을 충분히 이미 얘기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평소에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과) 친분이 있었던 터라 통화가 조금 지나쳤다"면서 "그것은 제 불찰이고 김 국장에게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정현 녹취록' 공개로 촉발된 청와대 보도개입 논란은 그러나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홍보수석의 통상적인 업무이자 읍소였다'는 새누리당의 적반하장 성 해명이 기름을 부었고 이 의원의 출마 자체가 논란을 더 키우고도 있다.
한편, 녹취록을 공개한 김 전 보도국장은 전날 열린 징계무효소송 항소심에선 길환영 당시 KBS 사장이 자신의 사표 제출을 요구하며 "'대통령의 뜻이라 거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보도 개입에 더해 인사 개입 논란까지 일게 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공영방송 보도국장에게 사표를 받고 보도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게 박 정부 수석 비서관의 본연의 임무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김시곤 전 국장 해임과 관련한 진실을 밝히고 언론 개입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당은 야 3당 공조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 국회 차원에서 철저히 진상 조사를 하고 언론의 자유를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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