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사표 내지 마라! 차라리 해고 당해라!

[양지훈의 법과 밥] 권고사직에 대처하는 법 ①

바야흐로 다시 사직(辭職)의 시대입니다.

최근 문제되는 조선, 해운 업계 근로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미 삼성그룹은 선제적으로 전자, 금융 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구조 조정에 착수했고, 상당수 인원이 명예퇴직 등의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경제 위기 국면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거나 조합원 자격이 없는, 대부분의 화이트칼라가 회사의 권고사직 제안을 거스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죠.

방법이 없을까요? 양지훈 변호사가 '법과 밥'에서 권고사직에 대처하고자 노동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몇 가지 지식을 몇 차례에 걸쳐 살펴봅니다.

한국 경제 위기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눈앞에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경제 전문가 아닌 변호사가 보기에도 조선, 해운업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혹여 한국 경제 전체를 망가뜨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채권단은 위기에 빠진 회사가 추가 지원에 앞서 자구 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문제는 그 자구 노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바로 노동자 인원 감축이라는 것이다.

인원 감축이 실행되는 회사 내부에서는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회사는 직원을 선별하기 시작한다. 누적된 인사 평가 자료를 기준으로, 전체 직원을 '반드시 내보내야 할' 그룹, 회사 입장에서 남아도 상관없는(남지 않아도 되는) 그룹, 회사의 이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룹 등으로 분류한다.

인사 팀(인력 팀)은 반드시 내보내야 할 사원의 리스트를 작성하여 해당 부서에 할당하고, 각 부서장은 대상자와의 면담 작업에 돌입한다. 이 면담의 목적은, 대상자들이 부서장을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처지(회사에서의 위치)를 이해하고 스스로 회사를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 회사의 직원 분류부터 자발적인 사직서 제출까지의 프로세스를, 회사 입장에서 권고사직이라 부를 수 있겠다.

사용자가 해고보다 권고사직을 선호하는 이유

권고사직은 근로기준법 등에 규정되어 있는 법률 용어가 아니다. 그 단어의 의미대로, 이는 사직을 '권고'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용어는 '정리 해고'나 '징계 해고'와 같은 실제 노동법상 용어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현실에서 사용자는 직원 인원 감축 방법으로, 징계 해고나 정리 해고를 통한 '해고'보다 '권고사직'을 통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 입장에서 권고사직이 훨씬 유리한 것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다. 정리 해고나 징계 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회사 평판이 나빠질 수 있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소송 자체로 회사가 불필요한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보면, 사용자는 노동자가 '자신의 의사대로 조용히' 회사를 나가게 하고 싶게 된다. 바로 권고사직을 통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사직을 권유받은 노동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부서장의 면담 스타일에 따라 면담 대상이 된 노동자가 느끼는 압박감은 실로 엄청나다. 노동조합의 조력이나 법률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는, 고립무원의 단독자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래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자존심 때문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만다.

그 뒤에 펼쳐지는 냉혹한 자영업의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회사가 정글이라면, 밖은 지옥이다." 앞으로 한국 경제가 맞이해야 할 운명이 어떤 것이 될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일개 노동자로서, 현 시점에서의 최고 전략은 어쩌면 좀 더 오랜 기간 월급 받는 삶을 연장하는 것이다.

절대 사직서를 제출하지 마라!

그렇다면 다시, 권고사직 앞에서 노동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변호사로서 해줄 수 있는 가장 단순하고 강력한 조언은, '절대 사직서를 제출하지 마라'는 것이다. 회사의 어떤 권유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 사직서는 '회사가 원하는 대로' 노동자 스스로 자발적으로 사직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이 단순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구조 조정의 폭풍이 몰아치는 사무실 현장은 어떤가? 면담 대상자로 선별되어 부서장 방에 끌려가면, 오히려 스스로 위축되어 사직서에 도장 찍을 것을 강요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바로 그 순간, 절대 사직서에 도장을 찍으면 안 된다. 나중에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의 의사 표시를 했다'고 해도 일단 사직서에 도장을 찍은 일을 뒤집기는 매우 어렵다. 차라리, 회사에 의해 해고를 당하라. 다음에는 왜 차라리 해고를 당하는 게 나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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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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